‘사회적 기업가’의 원조, 나이팅게일
‘사회적 기업가’의 원조, 나이팅게일
  • 강종우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 승인 2018.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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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의 천사’ 롤모델 동경 대상이지만
정작 간호사보다 탁월한 행정가로 명성
위생관리·병원관리 등 기준 처음 정비

그녀의 혁신 내용 세계표준으로 정착
변화 불러올 수 있는 ‘체인지 메이커’
제주 사회적기업가 속속 출현 ‘주목’

 

1850년대 크림전쟁에서 수많은 영국군의 생명을 살린 ‘등불을 든 여인’ 나이팅게일. 간호사를 꿈꾸는 학생들이 ‘백의의 천사’로 동경해 마지않는 인물이다. 그러나 정작 나이팅게일이 실제로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잘 모르지 않나 싶다.

사실 나이팅게일이 간호 현장에서 직접 활동한 건 얼마 되지 않는다. 34세 때 크림전쟁이 한창이던 흑해 북부해안 스쿠타리 야전병원에서 종군했던 고작 몇 년 남짓. 이때부터 그녀는 간호사라기보다는 공중위생과 병원에 관한 한 탁월한 행정가로 이름을 떨친다.

나이팅게일의 눈에 비친 야전병원의 실상은 한마디로 목불인견(目不忍見). 운영체계가 무너진 군 병원에 수용된 2400명에 가까운 환자와 부상병들. 공간이 부족해 간이침대가 6km씩 늘어서 있고 환자들은 때에 찌든 옷을 입고 있었다. 기본적인 수술자재나 의료자재가 없는 건 물론이고, 병원 막사에는 쥐와 벼룩이 득실거려 콜레라와 티푸스, 이질 같은 풍토병에 걸린 사람 둘 중 하나는 죽어나갔다.

나이팅게일은 도착해서 얼마 후 야전병원 운영체계를 근본부터 뜯어 고친다. 그녀는 모든 실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문서화 시스템을 도입하고 새 부엌과 세탁실을 마련했으며 병사들의 위생을 철저히 관리했다. 읽고 쓸 줄 모르는 병사들을 가르치기 위한 영어수업과 몇 가지 교양강좌를 마련하고, 독서실과 여가오락실 등을 개설했다. 심지어 병사들이 월급을 고향으로 송금할 수 있는 제도까지 갖추는 파격을 감행했다. 그 결과, 43%를 웃돌았던 스쿠타리 야전병원의 사망률은 3개월 만에 2%로 뚝 떨어진다.

종전 후 국가적 영웅이 되어 귀국한 나이팅게일. 그녀는 800쪽에 달하는, 군대 내 각종 질병과 사망을 야기하는 원인에 대한 광범위한 보건 통계자료인 '영국군의 건강, 능률, 병원운영에 관한 견해'를 손에 들고 군대위생 관리 실태를 바꾸기 위해 온 몸을 바친다. 또한 전 생애를 통해서 나이팅게일은 1 2000통의 서신과 200권의 서적, 각종 보고서와 논문을 쏟아냈다.

이 같은 노력으로 간호가 현대적이고 존경받을 수 있는 직업으로 변모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 직업 목록에서 줄곧 ‘집안일’로 분류되던 ‘간호일’이 ‘의료’ 직업군에 포함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 “내 머릿속에 처음 떠 오른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떠오른 것, 모두 간호 일이었다.”라고 나이팅게일은 말한다.

흔히 사람들은 나이팅게일이 상냥하고 온화한 여성일 거라고 상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아마 나이팅게일을 행정관이나 통계학자, 로비스트로 그리긴 힘들 것이다. 더구나 그녀를 ‘기업가’로 생각하는 건 생뚱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간호사들에게 미래를 열어준 것 외에도, 나이팅게일은 위생관리 및 병원운영에 관한 기준을 처음 정비했으며 이것이 세계적 표준으로 정착됐다. 나이팅게일이 행한 모든 일이야말로 혁신 그 자체. 바로 사회적 기업가의 원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것, 그리고 어업을 혁신해 산업으로 의미를 갖게 만드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사회적 기업가라면 어업 혁신에 관심을 갖는 게 마땅하다. 사회 전체를 바꾸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심을 갖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가의 롤 모델이자 사회혁신을 꿈꾸는 이들이 하나같이 ‘구루’(guru, 스승)로 추앙하는 아쇼카재단 창립자 빌 드레이튼가 말하는 사회적기업가의 정의다.

이처럼 사회적기업가는 당면한 사회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고 더 나아가 사회전반의 시스템과 문화에 이르기까지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체인지 메이커(Change Maker)’다.

제주의 숨겨진 가치를 한껏 드러내 국내 1호 아쇼카 팰로우가 된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 소셜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편의점(Con-Coop)으로 유통혁신에 나선 노동존중 직원협동조합 이경수 이사장, 중증장애인 무장애 제주여행에 혼신을 다하는 두리함께 이보교 대표, 로컬푸드 식음료 비즈니스로 제주다움에 기초한 라이프 스타일 혁신을 선도하고 있는 섬이다 김종현 대표 등등. 제주에서도 다양한 부문과 영역에서 사회적 기업가들이 속속 출현 중이고, 성공사례 또한 축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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