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까지 설문대여성문화센터

육지부의 산이 장엄하고 위압적이라면 제주의 오름은 둥글고 따뜻하다. 그래서 얻게 되는 공감과 연대의 감정은 캔버스로 어떻게 옮겨질 수 있을까.
설문대여성문화센터(소장 고춘화)가 지난 9일부터 오는 30일까지 박길주 화가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여성 예술인들에게 창작 발표기회를 주는 설문대여성문화센터의 2018 여성작가 발굴, 지원사업 공모 선정에 따른 것이다.
작가는 남편을 따라 제주로 시집 온 이주 작가이자 두 아이의 엄마다. 낯설고 외로운 시기를 거쳐 이제는 어엿한 제주사람이 되었다.
이주 전 그가 본 육지의 산과 자연은 인간이 범접하지 못하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특히 산은 경이와 위압감을 동시에 안기는 존재였다. 반면 제주에서 만난 오름은 둥글고 낮아 공존의 감정으로 다가섰다. 거기에서 오는 자연의 따뜻함은 제주풍경이 주는 색감의 바탕을 만들어냈다.
작품 경향은 초기의 어려운 적응기를 반영하듯 비정형의 추상적 모티브에서 제주 풍경으로 변화를 겪는다.
예술평론가 고영자 박사는 “작가의 근작에서 만날 수 있는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색채 구사는 제주의 오름과 숲, 동네 산책길에서 만난 싱그러운 자연에서 얻은 시각 경험에 근간을 두고 있다”면서 “재현과 모방의 리얼리즘이 아니라, 시시각각 새롭게 다가오는 시각 경험의 ‘리얼리티’를 추구한다”고 평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평면작품 28점을 만난다. 캔버스에는 숲과 바람을 형상화한 자연의 흔적을 가득 담아냈다. 그리하여 전시명은 ‘발칙한 깊이’다.
한편 이번 전시와 연계해 오는 1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작가와 함께하는 ‘제주자연을 담은 에코백 만들기’ 프로그램이 계획돼 있다. 약간의 재료비만 내면 누구나 작가의 전시 작품을 주제로 직물을 캔버스 삼아 에코백을 만들어볼 수 있다. 문의=064-710-4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