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확천금’식 개발사업 지양해야
‘일확천금’식 개발사업 지양해야
  • 백승주 C&C국토개발연구소장
  • 승인 2018.11.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도 ‘블록체인 특구 지정’ 새 도전
장밋빛 제주미래 호언장담 하지만
일각선 성공가능성 우려의 목소리 커

도민 공감대 없이 지사 혼자 앞서 나가
‘제주다움’ 없는 과시 행정 성과 ‘그닥’
도민 부지런함 살리는 사업이 바람직

 

그동안 제주개발정책은 중국인 관광객, 특히 유커를 상대로 한 관광산업과 이들을 위한 ‘카지노 섬’으로 제주를 탈바꿈시키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특히 카지노산업 전략은 무모하게도 ‘남이 성공했으니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집념 하에서 추진되었다고 본다. 물론 그 과정에서 장미빛 기대치를 앞당기거나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되거나 실천력을 발휘한 것은 아니었다. 중국경제 상황 등에 대한 주도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졌던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왜 이 카지노산업 육성책이 제주 미래 대안으로 먹혔을까? 논란 속에서 그 성공가능성을 전적으로 예단할 수 없었지만 아마도 상당수 도민들은 도지사에 대한 믿음의 발로에서 받아들였던 것이 아닌가 한다. 특히 도지사가 특별자치도 환상에 젖어 있는 도민들을 자극하면서 비교되는 싱가포르의 성공사례를 넌지시 제시함으로써 어쩌면 모든 것이 만사형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그럴듯한 환상적인 메시지가 먹혀들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어떻든 카지노산업의 본격 육성을 선언한 이후에 제대로 작동하기 전에 소위 ‘사드 보복’ 조치가 터져버렸다. 그 후유증으로 중국인 관광객 특수를 상수로 한 제주관광의 위기와 더불어 제주형 카지노 산업은 쇠락의 길을 재촉하게 되었다. 이는 제주신화역사공원 사주에 대한 중국 당국의 구속사태를 통해서 확인되고 있다.

그런데 카지노 실패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신중해야 할 도지사가 재선 새 임기를 맞아 새로운 도전을 선언했다. 제주전역을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받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기회 있을 때마다 도지사는 그 상대가 대통령이든, 도민이든 이 사업이 본격 추진되는 경우에는 분명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호언장담을 하는 것 또한 주저하지 않고 있다. 물론 제주신항, 스마트팜 사업 등의 실패사례에 비추어 실천의지의 부족을 내세워 성공가능성을 부정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게 들렸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전직 IT산업 분야 전문가 출신 의원이 도지사와의 질의답변에서 다음의 몇 가지 예측을 제시함으로써 도지사의 특구 구상이 여차하면 허상(虛想)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를 도민에게 심어 주었다.

첫째, 제주전역을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하려는 제주당국의 노력이 보기엔 말의 앞뒤 상황이 서로 맞지 않을 정도로 너무 생뚱맞아 보인다. 즉, 도민 등과의 공감대가 전혀 형성되어 있지 않은 채로 도지사 혼자서 서둘고 있으나 사업추진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둘째, 왜 블록체인 특구가 제주전역을 중심으로 지정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도민과의 진지한 공감대를 형성절차 이행하지 아니하고 제주도 당국이 너무 앞서 서둘러 나간다는 지적이다. 물론 이에 대한 도지사의 언중유골(言中有骨)없는 답변이 있었으나 그 지적에 대한 설득력을 충족시켜 주기에는 역부족인 것처럼 비쳐졌다.

셋째, 제주가 IT 산업분야에서 뭔가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려면 차라리 ‘제주도의 장점과 이점을 살리면서 지역적으로도 가능한 AI(인공지능) 분야나 빅데이터 등을 추진하는 것이 어떠냐는 대안이 제시됐다.

필자는 지난 2005년부터 역대 도지사들의 개발행정에 대한 비판적·대안제시적인 칼럼을 통해 나름의 제주개발행정에 코멘트를 해왔다. 필자가 본 제주개발 구상의 대다수는 ‘제주다움’을 실천하려는 것이나 제주의 특수성이나 제주의 여건과 능력으로 능히 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저 특별자치도 환상에 젖어 자기 과시적이고 생색내기 쉽고 남에게서 돈과 능력을 빌어 일확천금을 캐는 사업들이 주종을 이루어 왔다. 그 결과 이들 중 누구도 도민으로부터 칭송받는 성공한 도지사가 되지 못했다. 이들 중 누군가 구상한 개발사업을 통해 제주의 미래가 담보되었다는 목소리도 전혀 들리지 않는다.

바라건대 앞으로 제주개발은 일확천금을 캐는 환상보다는 척박한 자갈밭을 일궈내는데 도민 모두의 부지런함을 동원할 수 있는 그런 유형을 선택함이 필요해 보인다. 왜냐하면 일확천금을 얻기 위해서는 잃을 것이 얻는 것보다 더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