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항 쪽에서 온 사람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창호지에 곱게 싼 무언가 10여 개를 묻었다. 딱 봐도 유골을 묻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1973년도 공항을 막 밀어제낄 때다”
4·3연구소 보고서에 실린 증언을 토대로 발굴 작업을 벌인 결과 제주국제공항 인근 도두동에서 4·3희생자로 추정되는 유해 4구가 확인됐다.
제주4·3평화재단은 30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내 발굴 현장과 공항에서 100m 떨어진 도두동 유해발굴 현장을 공개했다.
발굴된 유해는 성인 여성 1구와 성인 남성 1구, 10대 초반 아이의 유해 1구, 2~3세로 추정되는 영유아의 유해 등 총 4구다.
도두동 현장은 수풀이 우거져 확인이 어려운 상태였으나, 굴삭기를 동원해 주변을 정리한 결과 증언과 일치하는 지형을 확인했다. 이후 발굴을 통해 유해 4구를 확인했다.
이 곳에서 확인된 유해들은 보존 상태가 모두 달랐다. 성인으로 추정되는 1구만 두개골과 팔과 다리 양쪽이 가지런히 놓여져 있었고, 성인 1구는 두개골과 다리뼈 한쪽, 10살과 3살로 추정되는 유해는 두개골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7월 개토제를 시작으로 본격 추진한 공항 내에서는 4·3희생자 유해가 발굴되지 않았다.
평화재단은 70년 전 4·3 당시 학살 암매장 구덩이를 확인하기 위해 9900㎡ 면적에 최대 12m 깊이까지 굴착했으나, 제주국제공항 내 유해발굴지에서는 탄두 1점을 제외한 유해나 유류품이 발견되지 않았다.
박근태 제주고고학연구소 연구실장은 “유해 뼈들의 위치가 제각각인 것을 놓고 볼 때 다른 데서 묻혔던 유골을 한 데 모아 여기서 2차 매장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4구의 유해를 수습해서 정밀감식을 해봐야 당시의 상황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임종 제주4·3희생자유족회 회장 직무대행은 “이곳에 묻힌 희생자들은 두 번 죽은 것이다. 학살당한 것도 모자라 2번에 걸쳐 암매장 당했다”며 “젖먹이 아이들까지 죽었다는 것은 당시 상황이 처참했던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