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후 갈길 잃은 특수학교 학생들…교육 부실 ‘도마’
졸업 후 갈길 잃은 특수학교 학생들…교육 부실 ‘도마’
  • 문정임 기자
  • 승인 2018.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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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최근 3년간 취업자 단 1명…진학률 20%대 전국 절반 그쳐
▲ 18일 제주도의회 제365회 임시회에서 교육위원회 소속 오대익 의원이 피감기관인 제주도교육청을 상대로 질의하고 있다. 제주도의회 제공

돌봄은 온전히 가족 몫…오대익 교육의원 “진로지도 엉망” 질타

특수학교 졸업 후 성인이 된 장애학생들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10명 중 7.5명이 취업이나 진학을 하지 못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지역 이야기다.

혼자서 밥을 해먹지도, 외출을 할 수도 없는 장애 자녀들을 돌보기 위해 가족 중 누군가가 일을 그만둬야 한다면, 이들에게는 하루하루가 죽음과 같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제주도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제주지역 ‘특수학교’를 졸업한 학생 가운데 취업자는 단 1명뿐인 것으로 조사됐다. 2015년 0명(0%), 2016년 1명(2.4%), 2017년 다시 0명(0%)이다.

같은 기간 진학자 수는 10명(27.0%), 11명(21.2%), 10명(23.3%)으로, 10명 중 2~3명꼴로 상급 학교로 진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자 수보다는 훨씬 많지만, 같은 기간 전국 특수학교 진학률(53.1~55%)과 비교해서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 했다.

같은 기간 제주지역 ‘일반학교 특수학급’ 졸업생의 취업률은 34.6~42.1%, 진학률은 52.7~58.7%로 특수학교 학생들에 비해 월등히 좋은 결과를 성취했다.

24일 제주도교육청을 상대로 한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위원장 강시백)의 행정사무감사에서 오대익, 고은실 의원은 특수학교 장애학생의 졸업 후 거취 문제를 도마에 올렸다.

오대익 교육의원(서귀포시 동부 선거구)은 “일반학생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가고 직장에 가는데, 장애학생들은 집으로 들어온다. 집으로 들어오는 순간, 가족들은 생계를 접고 성인 장애 자녀와 모든 걸 함께 해야 한다”며 “가족들에게는 죽음과도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오 의원은 “때문에 장애학생들에 대한 진로지도는 가족까지 연결된,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어쩌면 제주교육청의 가장 중요한 교육업무일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같은 현상이 일반학교 특수학급과 달리 특수학교에만 나타난다는 것은 도내 3개 특수학교의 진로진학교육이 엉망이거나 제주도교육청의 지원이 모자라거나 둘 중 하나 뿐”이라고 대책을 촉구했다.

고은실 의원(정의당, 비례대표)도 특수학교 직업지도 부실 문제를 강도 높게 질타했다. 고 의원은 “현재 제주 교육당국이 추진 중인 장애학생 진로직업지도에 실망이 크다”며 “당장 도교육청부터 인력을 보강해 특수교육을 교과와 진로로 분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이경희 부교육감 등 집행부는 “그동안 특수교육의 주안은 취업보다 안전이었다”며 “앞으로는 부모까지 헤아리면서 갈 필요가 있겠다. 오늘 이 문제가 매우 무겁게 던져진 걸로 보고 효율적인 대책을 강구해나가겠다”고 답했다. 

한편 지난 6월 ‘진로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앞으로 중, 고교 과정을 운영하는 모든 특수학교에는 2022년까지 진로진학상담교사 자격증을 가진 진로전담교사를 의무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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