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이 훨~씬 재미있어졌어요!”
“운동장이 훨~씬 재미있어졌어요!”
  • 문정임 기자
  • 승인 2018.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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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 장월초, 파주 해솔초의 이유있는 변신
아이들에 사랑받는 공간 위한 학교의 선택
▲ 서울 장월초등학교에 설치된 놀이 시설물에서 2학년 학생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문정임 기자
▲ 사진 왼쪽이 지정우, 오른쪽이 서민우 건축가다.
▲ 경기도 파주시 해솔초등학교에 설치된 놀이시설. 건축가 지정우, 서민우가 디자인했다. 문정임 기자/지정우 건축가 제공

공용 공간을 찾기 힘든 도심에서 학교 운동장은 아이들이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마지막 보루가 되고 있다. 바깥 활동이 교육현장에서 중요한 테제로 자리 잡으면서 일부 학교들은 운동장을 더 즐거운 놀이공간으로 가꾸기 위한 작업에 발 빠르게 돌입했다.

지난 18일 서울 성북구 장월초등학교. 학생 수 427명의 아담한 교정 한 곳에서 2학년 아이들이 노란 그물 침대에 누워 자유롭게 책을 읽고 있었다. 답답한 교실을 빠져나온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잔뜩 신이 난 표정이었다. 학교 뒤뜰로 향하는 밋밋한 벽면에는 알록달록한 인공암벽등반 시설물이 설치됐다. 운동장으로 나가자 20~30m쯤 되어 보이는 빨간 구름다리에 아이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장월초의 변신은 2016년 부임한 최미묘 교장의 열정으로 시작됐다. 작은 운동장이 특징마저 없어 전문가 컨설팅을 받아보고 싶던 그 때, 서울시교육청이 아이들의 욕구를 반영한 ‘꿈을 담은 놀이터’ 사업을 공모하면서 첫 해 선정됐다.

중요한 것은, 어른들의 놀이터에 대한 인식을 바꾸면서 아이들이 원하는 아이디어를 충분히 담아내는 일이었다. 지난해 여름 지원 대상학교로 선정된 후 2017년 하반기는 학부모·교사 연수와 아이들 대상 워크숍으로 채웠다. 그리고 지난 봄 시작된 공사가 최근 마무리됐다. 

최 교장은 “전에는 운동장이 늘 썰렁했는데 이제는 밖을 내다볼 때 마다 아이들이 많아 마음이 뿌듯하다”며 “내년이면 더 많은 아이들이 입학할 텐데, 여러모로 그동안 고생한 보람을 한창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파주시의 해솔초등학교도 학교장의 관심이 놀이터의 변신을 이끈 사례다. 차이가 있다면 장월초는 놀이활동가 편해문씨가 주축이 됐고, 해솔초는 건축가가 디자인을 맡았다. 

해솔초는 2010년 파주 운정신도시의 도시계획에 맞춰 개교한 학생 수 1500여명의 대규모 학교다. 이종만 교장을 주축으로 한 해솔초는 운동장 구령대를 놀이공간으로 변신시킨 서울 동대문구 동답초등학교의 변화 사례에서 큰 영감을 받았고, 아동권익옹호단체 세이브 더 칠드런이 추진하는 ‘놀이터를 지켜라’ 사업에 선정되며 변화의 좋은 기회를 얻었다. 해솔초 놀이터 디자인은 앞서 동답초 놀이터를 디자인한 건축가 지정우, 서민우씨가 맡았다.

이번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과 공감대를 충분히 나누는 것. 4주간 아이들과 디자인 워크숍을 가지며 아이들 구상에 귀를 기울였다. 이 과정을 거쳐 해솔초 후문 공원에 새로운 놀이시설이 들어섰다. 해처럼 밝고 솔처럼 푸른 꿈을 키운다는 뜻의 해솔초의 초성을 따 ‘ㅎㅅ’의 형태로 구조를 만들고 그 안에 아이들이 오르고 숨고 매달리는 활동이 가능한 입체공간을 완성했다. 나무는 나무답게 철은 철답게 재료의 물성을 정직하게 드러내면서 다양한 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설계했다.

지난 19일 해솔초 놀이터 개장식에 앞서 이유에스플러스 건축 사무실에서 만난 두 디자이너는 “한 가지 활동만 가능한 시설물보다 아이들의 자유로운 생각이 놀이가 되기를 원하며 디자인했다”며 “그러나 좋은 놀이터란 건축가만이 아니라 학교·교사·학부모 등 여러 집단들이 의기투합해야 완성할 수 있는 작업으로, 아이들의 놀이를 허용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글·사진=문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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