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완치 환자 가족의 ‘뜻 깊은 여행’
유방암 완치 환자 가족의 ‘뜻 깊은 여행’
  • 진기철 기자
  • 승인 2018.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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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핑크리본 힐링캠프 제주’ 후원
▲ 2018 핑크리본 힐링캠프 참가자들이 제주 올레길 트레킹을 하고 있다.

찬 이슬이 맺히기 시작한다는 한로(寒露)를 며칠 앞둔 지난 3일. 제법 선선해진 날씨 속에 제주공항 여객터미널에는 핑크색 점퍼를 맞춰 입은 모녀 16쌍이 모여들었다.

유방암 수술 후 고된 항암치료를 견뎌낸 환자들과 곁에서 그 고통을 지켜봐야했던 딸들이었다. 이른 새벽부터 제주행을 서두르느라 피곤할 법도 하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고 걸음걸이에는 씩씩함이 묻어났다.

전국에서 모인 이들은 이렇게 ‘2018 핑크리본 힐링캠프 제주’의 첫 여정을 시작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핑크리본 힐링캠프’는 유방암 환자의 정서 안정과 심리 회복을 지원하는 1박 2일 캠프로 한국유방건강재단이 주최하고 아모레퍼시픽이 후원하는 행사다.

제주에서 열린 이번 캠프에는 유방암 완치 환자와 가족력으로 인해 고위험군 대상인 그 딸을 커플로 매칭, 항암치료 과정에서 겪은 심리적 고통을 나누고 유전성 유방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기획됐다.

참가자들은 제주에서의 첫 공식 일정으로 올레 10코스에 포함된 서귀포시 송악산을 찾았다. 탁 트인 마라도 앞바다와 푸른 송악산을 배경 삼아 길을 걸을 걸어서인지 엄마로서 그리고 딸로서 그동안 말하지 못한 속내들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같은 여자지만 각기 다름을 이해하면서 서로에게 상처 준 일들은 비워내고 함께 만들어갈 기쁜 일들은 가슴 깊이 채워나갔다.

한국유방건강재단의 감사이기도 한 ‘국민 엄마’, 배우 고두심씨도 이들의 심리적 치유를 거들었다.

▲ 2018 핑크리본 힐링캠프 참가자들이 배우 고두심씨와 제주 향토음식을 만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깜짝 손님으로 등장한 고두심 감사는 둘레길 산책에 동행한 것은 물론 엄마를 위한 딸들의 ‘쿠킹 테라피’ 시간에 요리 강사를 자처했다.

이들은 제주의 대표적 식재료인 톳으로 향토음식을 만들어 그동안 고생했을 엄마들에게 선물했고, 엄마들은 가족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이 담긴 편지로 화답했다.

유방암 전문의의 강연으로 유전성 유방암을 조금 더 이해하는 시간도 가졌다.

한국유방건강재단 김성원 이사는 “유방암 환자들은 치료가 끝난 후에도 다양한 신체 증상과 기능 저하로 고통을 호소한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철저한 자기관리와 동시에 환자를 포함한 가족들의 정서적 치유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유방암의 경우 가족력이 강한 만큼 환자의 딸이 고위험군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예방을 위한 자가진단 실행과 정기검진을 당부했다.

이어진 핑크 토크 콘서트는 참가자들 모두가 소통하고 이해하는 자리가 됐다. 저마다 사는 곳도 다르고 나이도 달랐지만 투병생활에서 느낀 고통, 극복과정에서 벌인 노력들을 공유하며 서서히 하나가 되어갔다. 얼굴은 눈물로 젖고 목은 메었지만 비슷한 경험을 했고, 희망이 있기에 서로를 격려하며 응원했다.

이튿날, 엄마와 딸 둘만의 액자만들기와 소감 발표, 폐회식을 끝으로 ‘2018 핑크리본 힐링캠프 제주’의 공식일정을 마무리했다.

마지막 기념촬영에 앞서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가족과 건강, 사랑, 희망을 이야기했다. 가장 가까우면서도 또 쉽게 상처를 줬던 엄마와 딸, 그러한 애증의 모녀들은 어느새 환한 웃음을 지으며 두 손을 꼭 맞잡고 있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우리 기업은 여성과 함께 성장해 온 기업으로서 지난 2000년 설립기금 전액을 출자해 국내 최초 유방건강 비영리 공익재단인 한국유방건강재단을 설립했다”며 “항암치료의 심리적 고통을 나누고 유전성 유방암의 이해도 높일 수 있도록 여성의 건강과 웰빙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유방건강재단은 설립 초기부터 유방암과 유방건강 의식 향상을 위해 ‘핑크리본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캠페인 프로그램으로는 ‘핑크리본 힐링캠프’를 비롯해 ‘핑크런’ ‘핑크투어’ ‘핑크리본 온리유(乳)’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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