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조사 부결관련 의원 욕설 파문
표결내용 공개 동료에 인신공격 댓글
성난 도민의 가슴에 더욱 불 지펴
도의원들 문제 확대 막기 미봉책
노련한 정치인 행태 도민은 안 보여
초심 돌아가 정치입문 이유 자문하길
최근 제주지역 도의원이 동료 의원에게 욕설을 했다가 도의회 자체가 신뢰를 잃어버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발단은 서귀포시 안덕면 신화역사공원 등 대규모개발사업장 행정사무조사 부결과 관련한 명단이었다.
지난달 21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Y도의원은 같은 당 소속 동료의원이 ‘행정사무조사 요구안’ 부결과 관련한 명단을 소셜미디어에서 공유하자, “이걸 꼭 올려야 되겠냐? 이 ㅅㅂㄴ아!”라는 댓글을 남겼다. Y의원은 댓글을 삭제했지만, 도민들은 욕설이 담긴 댓글을 캡처해 공유했다.
제주도민들은 오수 역류 파동으로 신화역사공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조사가 부결돼 화가 난 상황이었다. Y의원의 댓글은 성난 도민의 가슴에 불을 지폈고, 도의회를 비판하는 의견들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오고 수십 건의 댓글들이 달렸다.
해당 의원은 언론에 “당시 술을 마신 상태에서 착잡한 마음에 글을 남긴 것이 화근이 됐다”라며 “동료 의원과는 원만히 오해를 풀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도의원들은 26일 오후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했고, 김경학 원내대표는 “의원 당사자들끼리 속 시원히 풀고, 사과하고, 서로 양해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징계까지 갈 사안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Y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도의원들의 태도를 보면 도민들의 감정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Y의원이 욕설을 한 배경에는 조사가 무산되자 반대표를 던지거나 기권, 불참을 한 의원들에 대한 비판 여론 때문이었다. 결국, 이 의원의 욕설은 도민들에게 감춰도 될 명단을 공개했다는 비난이 섞여 있는 셈이었다.
도의원의 표결을 모든 사안마다 공개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매번 감출 이유도 없다. 특히 이번 신화역사공원 조사는 도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이기에 오히려 떳떳하게 공개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Y의원은 도의원끼리만 알고 있기를 원했다. 도의원이 도민들의 마음을 헤아리기는커녕 오히려 숨기고 감추려고 하는 태도를 보였고, 도민들은 그런 모습에 화가 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도의원들의 행태도 바람직하지 않다. Y의원과 동료 의원 간의 오해 등 개인의 문제로 국한시켰다. 도민들의 분노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듯하다. 아니면 더는 문제가 확대되지 않기를 원하는 미봉책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제주도의원들은 행정사무조사 과정이 복잡하고 준비가 부족했다면서 10월 임시회의 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제주가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특정 기업과 도정에 의해 막무가내로 파헤쳐져 걱정을 하는 도민들의 마음은 전혀 헤아리지 못한 대처이다. 절차가 복잡하고 준비가 부족했다면 사전에 조사 범위나 방법 때문에 힘들다고 솔직히 설명하고, 어떤 대안이 있는지 충분히 알려야 했다.
도민들이 도의원에게 원하는 것은 어디 행사에 가서 사진을 찍고 낸 홍보성 기사가 아니다. 오히려 이런 중대 사안이 있다면 사전에 도의회 출입기자들과 심도 깊은 인터뷰 등을 통해 도민들에게 과정을 설명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했다.
지난 6·13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일부 언론은 제주도민의 선택이 탁월했다고 보도했다. 무소속 원희룡 지사와 29명의 더불어민주당 도의원이라는 숫자만 놓고 보면 일견 이상적인 정치 구조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도민들의 선택이 무색하게 견제와 균형이 보이지 않는다. 도민 사이에서는 지난 지방선거 투표 및 선택을 후회한다는 말까지도 나온다.
국회의원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도의원은 해당 지역에서 꽤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도의원들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 말한다. 한편으로는 다선 국회의원처럼 행동하고 사고한다. 도의원이 아니라 노련한 정치인을 보는 듯하다.
대의민주주의에서 도의원은 도민을 대표한다. 그러나 지금 도의원들을 보면 우선순위에서 도민은 보이지 않는다. 이번 사태를 통해 제주 도의원들은 ‘도의원이란 무엇인가’를 스스로 물어볼 필요가 있다. 초심으로 돌아가 정치에 입문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자문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