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발길 뜸한 해안 돌무더기에
생활쓰레기가 이렇게 많다니…”
“사람 발길 뜸한 해안 돌무더기에
생활쓰레기가 이렇게 많다니…”
  • 김승종 기자
  • 승인 2018.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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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제주중앙중 학생·교사 40여 명 참여
애월읍 신엄리 해안서 해양쓰레기 수거 봉사활동
▲ 지난달 29일 개최한 ‘2018 제주바다환경정화체험’ 행사에 참여한 제주중앙중학교 교직원과 학생 40여 명이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 일대 해안에서 각종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사람이 잘 들어오지 않는 돌 무더기 지대라 쓰레기가 많지 않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물이나 부표 같은 어구는 물론이고 플라스틱, 유리 병, 비닐, 스티로폼, 옷가지 같은 생활쓰레기들도 이렇게나 많네요”

지난 29일 제주매일 주최 ‘2018 제주바다환경정화체험’ 행사가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 해안 일원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제주중앙중학교 교직원과 학생 40여 명은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며 우려 섞인 놀라움을 표했다.

근방의 곽지해수욕장이나 한담해변 등 주요 관광지와 달리 외곽도로변인 이곳은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다. 그런데도 하나 둘 쓰레기를 줍다보니 마대 자루가 순식간에 가득 찼기 때문이다.

해변 곳곳에는 플라스틱 음료 병을 비롯한 각종 쓰레기가 넘쳐났다. 담배 꽁초가 가득 담긴 비닐 봉지, 다 쓰고 버린 샴푸 통, 부러진 낚시대, 슬리퍼와 밧줄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가슴이 확 트이는 해안도로의 낭만은 온데간데 없이 쓰레기의 역습이란 말이 떠오른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해양쓰레기는 연간 18만톤이다. 그 중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수거하는 쓰레기는 절반에 못 미치는 7~8만톤에 그친다.

문제는 해양쓰레기 중 70%가 스티로폼이나 플라스틱이라는 점이다. 특히 플라스틱 제품이 오랜 시간 자외선이나 파도 등에 노출 돼 5mm 이하의 크기로 잘게 부서져 생기는 미세플라스틱의 심각성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이 수산자원감소 유발이나 해양환경경관의 훼손 뿐 아니라 인간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요소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적으로는 분해되지 않는 미세플라스틱 쓰레기를 플랑크톤이나 물고기, 새들이 먹으면 유해물질은 그들의 체내에서 축적·농축 된다. 이로인해 먹이사슬에 의한 연쇄적인 생태계 파괴를 야기할 뿐 아니라 최상위 서열의 인간도 결국 환경질환이라는 악순환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015년 독일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는 이미 이를 ‘세계적인 과제’로 지정해 경고했다. 또한 한 국제환경단체는 이대로 가면 바다의 플라스틱 쓰레기량이 50년 이내에 물고기 총량을 초과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제주해안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지난해 실시한 제주지역 해안쓰레기 모니터링 결과 플라스틱 문제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거된 해양쓰레기 중 플라스틱의 비중이 전체의 47.2%에 달했다. 남의 동네 불구경 하듯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은 많은 부분을 바다에 의존하고 있다. 더 이상 손 쓸 수 없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해양 생태계와 환경을 복원하고 보호해야 할 노력에 아낌이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수거 중심이 아닌 사전예방을 통한 발생 저감으로 목표를 전환해야 한다. 이에 대국민 인식 제고를 위한 지속적인 교육, 홍보, 캠페인이 필요함과 동시에 나부터 해양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잘 관리하겠다는 의지와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 제주중앙중학교 교직원과 학생 40여 명이 지난달 29일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 일대 해안에서 환경정화 행사를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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