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이유 상실” 의회 진입도

신화역사공원 등 대규모 개발사업장 행정사무조사 요구안이 부결된데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들(이하 시민들)’이 27일 제주도의회 정문 앞에서 도의원 규탄 기자회견과 퍼포먼스를 마무리한 뒤 경고장을 도의원들에게 전달하려 도의회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의회 관계자와 대치하며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무리한 진입’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의회가 시민의 기대와 믿음을 저버린데 실망과 분노가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는 시각에 무게가 실린다.
도의원 43명 중 행정사무조사 요구서에 서명한 의원이 22명인 것을 고려하면 과반으로 무난한 통과가 예상됐으나, 지난 9월 21일 상정된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34명 중 찬성 13명, 반대 8명, 기권 13명으로 부결되자 “의회 스스로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두달전 제주도의원 전원이 서명했던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국제관함식 개최반대 촉구 결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고 폐기되고, 오라관광단지·영리병원·제2공항·비자림로 확포장 논란 등 제주 주요현안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견지하면서 “의회 존재 이유를 상실했다”는 지적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부결에 따른 공식 사과와 함께 “10월 임시회 중 소속 의원 전원의 이름으로 발의하고 처리하겠다”며 비판 여론을 진화하려 했지만, 제주도위회 본회의 직후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시작으로 해외연수에 나서면서 ‘도민 정서를 외면한 행보’라는 지적을 받았다.
“도의원들이 할 일을 방기한 채 시민들의 세금을 쓰러 간다”는 비판이 나오자 일부 상임위는 “해외 연수가 확정되지 않았다”며 적극 해명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무 소신 없이 원희룡 도정이나 중앙정부의 들러리 역할에 그칠 거면, 도의원 타이틀은 왜 꿰차고 있느냐”며 “제주의 미래에 대한 아무런 책임감 없이, 그저 차기 재선이나 노리며 지역토호와 행정부의 눈치나 보고 있는 것이 도의원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애초 무소속 허창옥 의원이 발의한 행정사무조사를 표결할 때, 민주당은 당론을 통일하지 않고 찬성, 반대, 기권, 투표불참, 회의불참으로 고루 나눠 따로 노는 오합지졸의 행태를 보였다”며 “민주당은 표결 전에 당론을 확정해 행정사무조사에 반대하거나 기권하는 의원이 없도록 표를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