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로 제주살이 5년차
삶 만족도 100점 만점에 90점
부동산값 교통·주차난 점수 깎아
육지로 다시 가는 사람들 늘어
“제주살이 어때” 질문에 1~2년차엔
“빨리 와” 지금은 “1년만 살아봐”
올해로 제주살이 5년차다. 그동안 제주에 살며 ‘제주살이’의 희노애락을 어느 정도 맛본 거 같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가 다 그렇듯 좋은 일도, 좋은 사람도 많았고, 나쁜 일도, 나쁜 사람도 있었다.
좋은 일로는 아내와 아이들이 제주에 와서 잘 적응하고 지내는 점, 좋은 사람으로는 많은 도움을 주셨던 제주에서 새로 알게 된 분들이다. (굳이 꼽자면)나쁜 일로는 육지와는 다른 제주도만의 느린 속도와 깔끔하지 못한 일처리, 나쁜 사람으로는 제주에 와서 한탕(?)하려는 육지인이다.
지난 5년 육지인에서 제주인으로 바뀐 삶에 대해 만족도 점수를 매기자면 약 90점 정도 될 듯하다. 마이너스 10점은 최근 몇 년간 제주 이주민 급증에 따른 부동산 가격 상승과 차량 증가에 따른 교통·주차난 등 때문이다.
처음 제주에 왔을 때(지금도 그렇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제주 사는 거 어때?” 이었다. 제주를 잘 모르거나 몇 번 관광으로만 왔다 갔던 육지인(?)들이 제주도라는 섬에 사는 것(제주살이)이 어떤지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이다. 제주살이 1~2년차에는 도시에서만 자란 나에게 제주도는 즐길거리·볼거리·할거리가 너무나 많은 아름답고 살기 좋은 섬이었다. 그래서 육지인들을 위한 답변은 ”그냥 훅 다 접고 빨리 와라“ 이었다. 하지만 제주의 참모습과 제주살이의 장단점을 어느 정도 더 알게 된 이제는 “빨리 와라”라는 답변은 아무에게나 하면 안되겠구나 하는 걸 느낀다.
지금 제주도는 인구 70만에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큰 도심이 있어 비도심에 사는 것이 아니라면 육지의 도시에 사는 것이나 별 차이가 없다. 도심에는 육지 도시에 있는 것 거의 있고 문화생활은 더 풍요롭게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비도심에 사는 것이라면 제주살이에 맞는 사람, 안 맞는 사람이 있다. 굳이 제주살이라 말하지 않아도 도시에 맞는 사람, 농촌에 맞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제주살이에 맞는 사람은 첫째 삶의 여유와 자신만의 시간을 스스로 즐길 줄 아는 사람, 둘째 육지 도시에서의 삶이 자신과 맞지 않거나 싫은 사람, 셋째 제주에서 무슨 일이든 생계를 위한 자신의 밥벌이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제주는 도시와 시골스런 특성이 잘 조화된 섬이기는 하지만 시골의 경우 대부분 시골이 그렇듯 도시보다는 한결 여유롭다. 제주살이는 바쁘게 살고자 한다면 한없이 바쁘지만 굳이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되는 곳이다. 자신이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제주살이를 스스로 원하는 대로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제주에서 할 게 없다고 또는 심심하다고 육지로 다시 돌아가는 사람들로 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제주도 온 육지인들 중에는 도시생활이 싫어 온 비주류 문화·예술인들이 많다. 예술이나 사회활동 등 도시에서는 하기 힘들었던 것들을 제주도에서 해보고자 하는 이들이 많이 왔다. 그런 분들로 인해 제주사회가 더 다양해지고 활력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제주살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에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밥벌이 문제이다. 제주도는 주 산업이 관광이다 보니 육지보다 취업의 폭이 넓지 않고 급여도 높지 않은 편이다. 또한 펜션, 게하 등의 숙박업을 하는 것도 경쟁이 치열해져 예전보다는 많이 힘들다고 한다.
육지살이에 맞는 사람도 있고 제주살이에 맞는 사람도 있다. 또한 굳이 제주살이라고 할 것도 없이 육지에서 귀농·귀촌한다고 생각하면 제주가 섬이라는 거 외에 제주살이라고 해서 특별할 것은 없다. 섬이라는 것 때문에 괜스레 제주살이에 대해 귀농·귀촌과 달리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듯하지만 제주살이 5년차가 보기에 다르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다만 관광지인 섬이라 즐길거리 볼거리가 많은 장점은 있다.
이젠 주변 사람들이 “제주살이 어때?”라고 물어보면 이렇게 답해준다. “한 1년만 살아봐. 그럼 너랑 제주랑 맞는지 알 수 있을 거야.”라고. 지금 제주에 사는 나로서는 제주에 살아보고자 하는 이들이, 그리고 친구들이 더 많이 왔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