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초순 인도(印度)에서 온 손님을 안내하고 고향 제주를 방문했다.
그들은 고대 인도 왕실의 후손으로 50대 초반의 부부다. 중문관광단지내 숙소에 여장을 풀었는데 비가 내렸다. 그날 오후에 짜여진 관광일정은 서귀포 앞바다 유람선과 천지연 등을 돌아보는 일이였다. 궂은 날씨여서 할 수 없이 관광 단지내에 있는 토산품점에서 시간을 보냈다. 부부는 여러 가지 토산품들을 고르다 돌하르방 조각품을 신기한 듯 여러번 만지작거렸다. 나는 돌하르방 두쌍을 부부에게 선물했다. 한쌍은 노인 내외가 다정한 표정으로 마주보는 퍽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부부에게 ‘인도에 가서 방안에 놓아두면 장수한다’고 설명했더니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한쌍에 1만원 정도의 돌하르방으로 제주에 대한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으니 이 또한 제주 관광의 홍보가 아닌가. 부부는 대로변에 우뚝 서 있는 돌하르방 앞에 서서 기념사진을 잘 찍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돌하르방」제주섬의 수호신 돌하르방은 제주도 미술의 특징을 잘 드러낸 조각품이다. ‘우선목’‘무석목’‘벅수머리’‘옹중석’ 등으로 불려지던〈돌하르방〉은 언제부터 이곳 제주섬에 세워졌을까? 문헌에서 살펴보면 제작연대는 확실치 않다는 것이나 돌하르방이 삼현, 즉 제주목, 대정현, 정의현 등 각 읍성의 성문에 나란히 세워진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앞에서 1목(牧) 2현(懸)의 3읍제가 조선조 태종 16년(1416)에 정립되었으니 600여년전의 일이다.
돌하르방은 제주도 말(언어)로 「돌할아버지」란 뜻이다. 성문의 입구에 서로 마주보게 배치되었고 그 돌하르방의 모습은 도내 지역마다 각기 다른 표정이다. 돌하르방은 우락부락한 위엄을 부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익살스럽고도 친근감을 알려준다. 오늘날에는 제주섬의 천혜의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어우러져 제주의 심벌로 깊은 인상을 안겨주고 있다. 위엄과 친근한 모습으로 제주섬을 지키면서 평화의 섬을 찾아오는 국내외 관광객들을 제주국제공항에서 제일 먼저 맞이하고 있다.
돌하르방은 성(城)안 사람들의 강녕을 기원하며 융성을 지켜주는 ‘수호신적 기능’을 가졌으며, 전염병 등 액운을 막아주고 그리고 성문에 세워져 있으므로 마을 경계를 분명히 표시해 주는 ‘위치표지석 기능’도 함께 가졌다고 해석을 하고 있다.
허 영 준 (서울도민회 자문위원ㆍ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