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고심에 고심’ 거듭
백발노인이 된 열여덟명의 제주4·3 수형인(受刑人)들에 대한 재심 결정 여부가 다음달로 연기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지난 6월 14일 이들 수형인들에 대한 재심청구에 따른 심문을 종결한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제갈창 부장판사)는 8월 중으로 재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30일인 현재까지도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재판부는 관련 서류와 증거 자료를 검토하는 등 심사숙고하며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재심 사건의 경우 판결문과 수사기록 등 재판기록이 없어 공소사실을 특정하기 힘들고, 2차 세계대전 등 해외 사례에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
이번 재심 결정이 첫 판례로 남기 때문에 재판부가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재심 사건의 경우 일반 사건과 달리 재심 결정 기일을 정하지 않는다. 재판부가 구두로 이달내로 결정짓겠다고 밝혔지만, 사안이 중한 만큼 재판이 연기될 개연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수형인 측 변호인들도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8월 내 재심 여부 결정을 고집하지는 않고 있다.
양동윤 4·3도민연대 대표는 “변호인들도 8월이 아닌 9월 즈음에 재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도 “사안이 중하고 역사적인 재판인 만큼, 재판부가 심사숙고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혹여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진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수형인들 전원이 고령이다. 노환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한 사람들도 있다. 9월 재심 개시가 결정된다 하더라도, 본안판결이 남아있다.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듣지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것은 천추의 한(恨)을 안고 가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