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개최 교육감협의회 거론 않기로 ‘인식문제’
과다한 사교육비 부담은 젊은 층의 출산 기피를 초래한다. 그래서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출범 후 첫 제안으로 초등 저학년의 하교 시간 연장 방안을 내놨는데, 전국 교육감들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 하고 있다.
안건의 타당성을 떠나, 사회 문제와 교육계 현안 간 복잡한 함수를 푸는데 앞장서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핵심 관계자는 2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30일 제주에서 열리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저출산위가 제시한 ‘초등 1~4학년 3시 하교’안을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안이 (사교육비 절감에)근본 대책이 아닐 뿐 더러, 협의회와 사전 조율이 없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전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과다한 사교육비 부담이 출산율을 낮춘다고 판단, 사교육비를 구조적으로 줄이기 위해 초등 1~4년의 하교 시간을 오후 3시로 늦추는 방안을 내놨다. ‘더 놀이학교’라 이름붙인 이번 안은 수업이나 학습량 증가 없이 놀이와 휴식시간만 늘리는 것으로, 지난 28일 포럼을 통해 전국적인 공론화를 시작했다.
학부모들은 일단 이번 논의의 출발점이 불필요한 ‘뺑뺑이’용 사교육비를 줄이는데 있다는 점에서, 찬찬히 관련 내용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교육계의 반발은 거세다. 28일 포럼에서는 아이들의 안전 책임 문제, 교사들의 업무 부담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교사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교육감들은 공론화 자체를 외면하고 있다. 김승환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이 최근 공식 자리에서 “저출산위의 어떤 의견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고,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30일 제주 회의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표면적으로는 “사전에 조율이 없었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기저에는 보육 업무에 대한 거부감과 오전 4교시 체제 등 기존 틀에서 벗어나기를 꺼려하는 교육계의 오랜 보수성이 한 이유가 된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그러나 사교육비 지출이 우리나라 공교육의 고질적 문제이고 많은 가정에 부담을 안겨 결국 ‘학생’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교육계가 보다 전향적으로 이 문제를 정부와 함께 짚어가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통계청의 가장 최근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출생아 수는 전년보다 4만8500명 줄어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70년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합계출산율)는 '출산율 쇼크'를 일으켰던 2005년보다도 떨어졌다.
저출산위원회 문화혁신팀 관계자는 “교육계가 수업 형식의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는 부분이 있다”며 “이들의 입장 변화가 가장 중요한 만큼 계속 소통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