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수 피해 관리학교’ 11개교 중에서도 안 지키는 곳 상당수 확인
22일 제주가 본격적으로 태풍 ‘솔릭’의 영향권에 접어들었지만, 일부 학교들은 태풍 내습시 학생 보호 매뉴얼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침수피해 관리학교’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제주도교육청은 2016년 10월 태풍 ‘차바’로 한천이 범람하고 수만 가구가 정전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하자 이듬해 ‘하천 범람, 침수 대비 학생통학 매뉴얼’을 개발, 일선 학교에 파급했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도내 188개 학교 중 지방하천 반경 500m이내에 위치한 학교는 제주시 49개, 서귀포시 27개 등 76개교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주변 하천 범람으로 크고 작은 침수 피해를 입은 학교는 11개교, 당시 태풍으로 통학에 영향을 받은 학생은 874명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도교육청은 급작스러운 하천 범람이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 하천 범람·침수지역 거주 학생들을 사전에 파악해 별도의 비상연락 체계를 갖추고 있도록 각 학교에 지시했다.
그러나 본 지가 22일 도내 일부 학교에 무작위로 문의한 결과 해당 지침을 이행하지 않거나, 지침 내용 조차 모르는 곳이 적지 않았다.
‘차바’ 당시 하천 범람에 따른 불편 경험 학생이 전교생의 70%에 달해 단일 학교 중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된 A중학교 관계자는 “(매뉴얼은 아는데)해놓으라고는 했는데, 아직 (아이들 명단을)확인하지 못 했다”고 말했다.
침수 피해 관리학교 중 2007년 태풍 ‘나리’ 때 주변 하천이 부분 침수됐던 B·C·D초등학교 관계자들 역시 비슷한 답변을 건넸다.
일부 학교 교사들은 “명단은 작성하지 않았지만 하천과 가까운 곳에 사는 학생이 없거나 아주 일부이고 이들 연락처를 담임이 가지고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듯 말했다. 그러나 학생 수가 수백 명에서 많게는 1500명이 넘는 학교에서 학생들의 거주지와 통학 동선을 교사가 모두 파악하고 있다는 학교 측의 설명은 신빙성이 낮아 보인다.
다만 11개교 중 한 곳인 일도초등학교는 학기 초 아이들의 실제 거주지와 통학로를 미리 파악해 위험도가 높은 학생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알려왔다.
23일 새벽 제주 서쪽을 지날 것으로 예상되는 태풍 ‘솔릭’은 최대 풍속 초속 43m의 강한 중형급 태풍으로 모레까지 제주와 전남을 중심으로 최대 400~500mm의 강한 비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재난 매뉴얼에 대해)일선학교의 관심도가 낮아 어려움이 있다”며 “침수피해 집중관리학교를 중심으로 서둘러 연락을 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