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조례 개정작업에 의회 보고 체계 꼼꼼히 반영하고
이사회 심의, 경영평가 결과 등 정보공시 더 강화해야

앞서 본 지는 제주문화예술재단이 가칭 ‘제주아트플랫폼 조성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한 ‘재밋섬 건물 매입’과 관련해 소통 부족, 절차 부실의 두 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이 도지사 보고 3개월 만에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은 그 물리적 시간 자체만으로도 일방 추진의 문제를 지적하기에 충분했다. 매입에만 106억7380만원이 소요되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그 사이 이뤄진 주민 설명회는 한 차례. 고작 20~30명이 참석한 자리 한 번이었다.
제주의 예술인들이 플랫폼 형식의 공간을 원하는 지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공연 연습장과 소공연장이 부족하다는 점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했지만, 공간이 도 전역에 산발적으로 구비되는 것이 더 편리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어떤 이들은 “한 곳에 몰아 지구화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행정적인 사고”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다시 말해 ‘예술인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하는 상용구에서 그 ‘예술인’이 보편적인 예술인들인지, 주요 단체를 중심으로 하는 일부 예술인들인지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때문에 재단이 재밋섬 매입 구상을 밝혔을 때 소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됐지만 논의의 장은 또렷하게 마련되지 않았다.
특히 삼도동 주민들은 ‘예술공간 이아’의 사례를 제기하며 주민들을 위한 공간이 허구일 수 있다는 불만을 갖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재단과 제주도 관계자들은 한 차례 이뤄진 설명회에서 주민들이 제기한 이 같은 우려가 별일 아닌 듯 “주민들은 찬성하는 분위기였다”(매입 결정 이사회에서)고 덮어버렸다. 서울시 보고 22개월만에야 건물 매입계약을 체결한 서울문화재단과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재단은 매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난맥상을 노출했다. 매매계약서에서는 ‘계약금 2원, 위약금 20억 원’이라는 재단 측에 불리한 특약이 발견됐다. 매입대금은 106억7380만원인데, 이사회 심의와 도 승인을 통과한 예산서에는 매입비가 100억 원만 편성돼 있었다. 이사회를 통과한 예산서에는 매입과 관련 없는 수억 원 가량의 수당이 편성돼 있기도 했다.
문제는 재단이 재밋섬 매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문제점들을 재단 운영의 핵심인 이사회와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제주도가 걸러내지 못 했다는 데 있다. 무슨 연유에선지 이사회 회의는 ‘서둘러 추진하자’는 독려 일색이었고, 상식적이지 않은 예산안에 이사 전원이 찬성했다.
이런 가운데 재밋섬 매입을 이끌었던 박경훈 이사장은 지난 3일자로 퇴임했다. 제주도는 의회의 문제제기에 따라 원희룡 지사가 지난 7월 20일로 예정됐던 2차 중도금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8월말께 지방재정계획심의위원회를 열어, 앞서 생략했던 예산 사용에 대한 타당성 심의 절차를 밟는 계획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제주와 같이 좁은 지역에서는, 문화적 지식과 경험, 행정과의 연대를 바탕으로 문화예술계 ‘터줏대감’으로 성장한 몇몇 예술인들이 문화지형을 좌우할 공산이 있다. 표를 얻어야 하는 정치인들은 인프라 공약에 기울기 쉽고, 행정조직은 수장의 뜻을 관철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제주지역 문화예술의 큰 축으로 성장한 재단의 균형을 잡아줄 마지막 희망은 ‘현명하고 공정한’ 개개의 이사들뿐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이들의 판단의 기준은 ‘제주지역의 공동선’이어야 한다.
이와 함께 재단이 도민 소통의 차원에서 정보공개에 더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지자체가 출자 출연한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여러 관련법에 따라 정관, 이사회 결과, 경영평가 결과, 감사 결과, 임직원 현황, 인건비 내역, 업무추진비 등 다양한 활동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재단은 일부 항목을 누락하거나 올해 분만 게재하는 등 정보공시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이에 대해 재단 측은 “오는 10월 재단 홈페이지 개편 때 별도의 정보공개 메뉴를 신설할 예정”이라고 알려왔다.
아울러 현재 진행 중인 재단 조례 개정 작업에서 재단의 사업을 이사회나 제주도가 일방적으로 처리할 수 없도록 의회의 역할을 꼼꼼히 명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