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림로 삼나무 숲’과 공공재의 딜레마
‘비자림로 삼나무 숲’과 공공재의 딜레마
  • 김국주 곶자왈공유화재단 이사장
  • 승인 2018.0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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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숲’은 공동 이용 환경자산
보전가치 있는 임야 재산권 행사 제한
환경 향유자·토지주 경제이익 불일치

우리 법과 제도 해답 제시하지 않아
좋은 공공재 생산은 행정 당국의 역할
불일치 문제 보상 통한 공유화로 해결

 

이달 초부터 제주도 안팎에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거리가 되고 있는 비자림로 삼나무 숲 에피소드는 공공재(public goods)의 딜레마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도로가 예쁘고 삼나무가 예쁘면 그만인가? 세금만 내는 삼나무 숲 토지주들에게 공기(空氣)세를 지불하고 토지를 팔지 말라고 하던지, 아니면 통행료 징수를 할 수 있게 해주던가.” 네티즌들의 수많은 댓글들 중에 눈에 띄는 하나의 주장이었다.

아름다운 길로 다니는 운전자들이 향유하는 만족감과 토지 소유주들이 얻는 경제적 이익이 불일치하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현재 우리의 법과 제도는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환경보전법 제3조는 “자연환경은 모든 국민의 자산으로서 공익에 적합하게 보전되고 현재와 장래의 세대를 위하여 지속 가능하게 이용되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그 자연환경자산이 공유지인지 사유지인지는 구분하지 않는다.

제주도 특별법 제351조도 “자연환경의 혜택은 주민이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중략) 보전·관리하여야 한다”고 전제하고 공유지 및 사유지를 불문하고 경관이 좋거나 지하수 자원 또는 생태계 보호를 위해 필요한 지역에 대해서는 이를 보전지구로 지정하여 개발행위 제한을 하고 있다. 사유지의 매수청구라는 구제조항이 있긴 하지만 이는 지목이 대(垈)인 경우에 한하여 적용된다.

왕토사상(王土思想), 즉 땅은 나라의 것이라는 사상이 아직 임야의 경우에는 살아있는 것이 아닐까? 돌이켜 보면 개간되지 않은 마을 산은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니며 마을 사람 모두가 공동으로 이용했다. 소를 열 마리 방목하고 있는 사람은 소를 두 마리 가지고 있는 다른 사람에 비해 마을 산을 더 많이 이용하고 있지만 그것을 근거로 마을 산에 대한 권리를 더 많이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마을을 떠나는 사람은 자동적으로 마을 산을 이용하는 권리를 잃었다.

그러했던 임야의 사유화가 진전된 것이 일제 식민지시대를 거치면서부터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임야가 상품으로 거래되어 온지가 이미 오래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자산으로서의 보전가치가 인정되는 임야의 경우 사유재산권의 행사가 상당히 제한되고 있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여기서 하나의 질문이 떠오른다. 대천동 교차로에서 송당 방향으로 2.9km 구간의 삼나무 숲 제거 및 보상의 목적이 도로 확장 그 자체에 있었는가, 아니면 위 댓글 네티즌이 지적했듯이 아름다운 숲, 환경자산이라는 공공재를 소유하는 지역주민의 애로를 다른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는가?

논란 초기에는 교통체증을 해결해 달라는 지역주민의 오래된 숙원사업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이 설득력을 잃게 되자 뒤늦게 말을 바꿔 제2공항 개항에 대비한 도로 확장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국토부의 발표는 신공항에서 신산리를 거쳐 서진하여 성읍에서 번영로에 진입하는 것이었는데 이것을 금백조로(자연생태마을인 수산2리와 비자림로를 연결하는 10.4km의 도로)를 거쳐 대천동 교차로에서 번영로에 합류하도록 수정하였다는 것이다.

공공재는 여러 사람이 쓰는 물건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의 구미에 맞추기는 힘들다. 좋은 공공재를 생산해야 하는 정부의 일은 참으로 중요하고도 어렵다.

제2공항 건설은 타당성 재조사 과정을 밟고 있다. 오래 전 한라산 케이블카 논쟁에서도 삭도 건설을 영실 등산로를 따라 설치하려 했기 때문에 문제가 더 꼬였었다. 이미 만들어진 고속화도로를 두고 제주시내로 좀 더 빠르게 갈 수 있다 하여, 비자림로뿐 아니라 비자림로 못지 않게 아름다운 금백조로 10.4 km를 확장시키겠다 함은 서귀포시와 제주시 간의 균형발전 정신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한라산 케이블카처럼 제2공항의 타당성에 크게 흠을 낼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토지 주들에게 이미 보상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숲의 공유화는 어차피 진행되어야 할 분야다. 공공재의 소유자와 향유자의 불일치는 공유화(公有化)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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