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물사용량 삼다수 5배…국내 판매 막을 방법 없어 제도정비 시급
제주용암해수 사업에 진출한 오리온이 기능성 음료 시장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국내 판매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어 제주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도민사회 일각에선 지하수 공수화 개념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에 의한 지하수 사유화를 막기 위한 제도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스낵과 파이의 명가’ 타이틀을 갖고 있는 오리온은 최근 ‘4대 신규사업(음료·건강기능식품·디저·간편대용식)’으로 사업을 넓히며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을 추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2016년 11월 (주)제주용암수 지분 60%를 인수하면서 대주주가 된 오리온은 제주용암해수단지 내 3만여㎡ 부지에 공장을 착공, 올해 안에 완공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당시 오리온은 향후 5년간 총 3000억원을 투입해 청정 제주의 용암해수를 활용한 음료사업을 추진해 중국과 동남아 시장 공략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른 지하수 사용량은 하루 2만t(2020년) 규모로 현재 제주삼다수 취수량(하루 4000t)의 5배 규모다.
먹는 샘물로 관리되고 있는 제주삼다수와 달리 제주용암해수는 공업용(혼합음료)로 분류된다. 그나마 다행인건 제주개발공사나 한국공항과 같이 기업에 지하수 취수관정을 허가하는 대신 관리를 맡은 제주테크노파크에서 지하수를 취수한 후 입주기업(총 15개)에 분배하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7일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용암해수 단지 내 하루 취수량은 3000t으로 이중 약 400t 정도를 미네랄 니어워터와 혼합음료를 생산하는 (주)제이크레이션이 사용하고 나머지 기업들이 사용량은 미미한 수준이다. 더욱이 단지 개발당시 제주도가 영산강유역환경청으로 받은 하루 취수량은 3만3000t 규모이기 때문에 추가 공급에도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음료 시장 진출을 선언한 오리온이 국내 시장에 뛰어들 경우 이를 제재할 수단이 없다는 데 있다. 당초 주 타깃으로 삼았던 중국·동남아 시장 진출이 실패할 경우 국내 시장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제주삼다수와의 직접 경쟁은 불가피하다.
제주도 관계자는 “현재로선 이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고민이 깊다”면서 “본격적인 공장 가동을 앞두고 우리와 협약을 맺어야 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국내 진출 금지 조항 등을 삽입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