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활기도, 주민 삶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거리 활기도, 주민 삶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 문정임 기자
  • 승인 2018.0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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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In] 현장과 동떨어진 그들만의 예술행정
<5> 예술공간 이아
▲ 예술공간 이아. 2017년 5월 문을 열었다. 앞에 주차된 차량들로 예술공간으로서의 장소성이 많이 가려졌다. 문정임 기자
▲ 예술공간 이아가 주민을 위한 문화사랑방으로 사랑 받지 못 하는 이유 가운데 단절된 공간 배치 문제가 있다. 현재 1~2층은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이, 지하와 3~4층은 이아가 사용하고 있다. 문정임 기자
▲ 시민들을 위해 마련한 3층 커뮤니티 공간의 서점. 개관 1년2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책을 팔기 위한 준비를 완전히 마치지 못 했다. 문정임 기자

대학병원의 빈자리 예술로 메워줄 것 기대했지만
성격 다른 입점기관 함께 머물면서 열린공간 한계
1~2층 타 기관 임대 2022년까지 대안 활용도 힘들 듯

하루 수천 명이 오가던 제주대학교병원이 떠나면서 빈 건물 한 편에 ‘예술공간 이아’가 문을 열었다. 제주도와 제주문화예술재단은 도시재생 사업의 하나로 문화공간을 구상했다며 “넓게는 도민, 좁게는 삼도2동 주민들의 삶 속에서 문화예술을 매개로 의미 있는 장소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개관 1년 2개월, 이 곳의 성적표는 어떨까. <편집자주>

제주시 삼도동에 활기를 주던 제주대학교 병원이 2009년 아라동으로 이전했다. 을씨년스럽게 남은 건물은 구도심 침체의 상징적 공간으로 자리했다. 하루 4000여 명이 오가던 거리에 인적이 끊기자 상인과 주민들은 지역 활성화 대책을 요구했고, 도민들도 건물 활용 방향에 주목했다.

2013년 옛 제주대병원에 제주대 창업보육센터와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이 둥지를 텄다. 이어 2014년 예술공간 이아가 정부의 폐산업시설 리모델링 사업에 선정되면서 문화공간을 통한 지역 재생에 기대를 모았다.

2017년 5월 문을 연 이아는 병원 건물 중 서쪽 편의 지하와 3층, 4층을 사용하면서 지하는 갤러리와 공연 연습실, 3층은 교육실과 커뮤니티 공간, 4층은 작가 레지던시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개관 1년 2개월, 주민들은 동네에 들어선 문화공간을 크게 체감하지 못 하고 있다.

한 층은 예술가들에게 내 주었고, 한 층은 갤러리이고, 한 층은 커뮤니티 공간이지만 개관 후 한참 뒤에야 카페와 자료 열람실을 열면서 홍보의 적기를 흘려보냈다는 지적이다. 건물 1~2층에 스마트그리드사업이 입점한 탓에 시민 열린 공간이 3층에 조성되면서 접근성도 대폭 낮아졌다.

아울러 창업보육센터와 스마트그리드, 이아 등 성격이 전혀 다른 공간들이 한 건물에 병존하면서 시민들에게 건물의 이미지를 전달하거나, 건물 외부공간을 활용하는데에 한계가 된 점도 약점으로 작용했다.

특히 이아 개관 전부터 주차장을 광장으로 꾸며 예술공간의 연속성을 확장하자는 의견이 잇따랐지만, 관철되지 못 했다. 창업보육센터에만 48개 업체가 입점해 있는 상황에서 현실적인 주차문제를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예술공간의 장소성은 건물 앞 주차된 차량들에 가려졌다.

일각에서는 예술공간 이아가 전문가를 위한 레지던시로 방향을 잡은 것이 주민과 멀어진 한 이유라는 의견도 내놓는다. 입지(3~4층)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한 공간을 전문가들에게 내 주고, 작은 한 층을 주민들에게 내어놓으려니 주민 체감도가 높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올해 이아의 전체 운영비는 8억원, 시민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예산은 6000만원이다.

이에 따라 예술공간 이아가 주민들에게 다가갈 대안으로 1~2층을 생활문화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조만간 1~2층을 주민들에게 개방하겠다”는 재단 관계자의 지향과 달리 스마트그리드사업단의 임차 계약은 2022년 12월 31일인 것으로 확인됐다.

삼도2동 주민 일부는 “이아가 만들어졌지만 거리의 활기도, 우리의 삶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당초 예술공간으로서 현실적인 공간 제약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고 대안을 마련해 사업을 추진해야 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에 대해 재단 관계자는 “예술가들에게 제주를 알리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장기적으로 의미가 있을 것으로 판단해 앞으로도 비중을 줄이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주민들을 위해 예술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수료생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며 “다만 열린 공간으로서의 기능과 관련해서는 운영 여건이 좋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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