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회 “일말의 반성도 없어”

탄핵정국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계엄령 대비계획 세부자료에서 제주4·3사건을 ‘제주폭동’으로 표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계엄문건’ 논란과 별개로 군 당국의 왜곡된 역사인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해 3월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계엄 대비계획 세부자료를 23일 공개했다. 군사 2급 비밀로 분류됐던 A4용지 67페이지 분량의 세부자료는 국회 제출요구에 따라 평문화 작업을 거쳐 공개가 이뤄졌다.
이 문건은 지난해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선고 기각 시를 가정해 만든 문건으로 판결 직후 상황별로 위수령, 경비계엄, 비상계엄으로 변경해 발동이 가능하도록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명시했다.
문제는 이 문건 7페이지에 ‘위수령·계엄 선포 사례’를 소개하면서 제주4·3사건을 ‘제주폭동’으로 명시한 부분이다. 제주4·3사건은 문건에 ‘제주폭동’으로 명시, 계엄령 선포 기간 1948년 10월 17일부터 12월 31일, 선포지역은 제주도라고 나와 있다.
이와 관련 제주4·3희생자유족회(회장 양윤경)는 24일 성명을 통해 “군 당국은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철저히 진상을 밝히고,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기무사령부를 당장 해체하라”고 촉구했다.
4·3유족회는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령 대비계획 세부자료에 의하면 제주도에서 발생한 제주4·3사건을 ‘제주폭동’으로 규정짓고 있다”며 “제주 양민학살의 주범인 군 조직내에서는 일말의 뉘우침이나 반성도 없이 아직도 4·3을 폭동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군 당국은 온갖 불법과 악행의 온상인 기무사령부를 해체하고, 이번 사건과 관련된 책임자를 엄중 조사해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며 “국방부 장관은 이 문제와 관련된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제주 4·3 당시 무고한 도민을 학살한 책임에 대해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