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특별도 ‘자체감사 권한’ 큰 성과
예산 인사권 확보·직렬 확대 등 과제
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많은 분야에서 제도개선이 이뤄졌다. 감사 분야 또한 예외가 아니다. 감사위원회 제도가 도입, 중앙과 독립된 자체감사를 실시하는 감격을 누리게 된 것이다. 필자는 이런 감사제도 변화의 중심에 서 있었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특별자치도 출범 이전에는 감사관실 감사계장으로, 또 특별자치도 출범 당시 감사제도 개선에 깊숙이 관여하여 감사위원회 산파 역할을 맡았고, 이후 과장과 사무국장을 두루 거치면서 오랜 기간 ‘감사맨’으로 근무해 왔다.
2006년 7월 1일 이전 제주도에는 4개 시·군 체제에서 도와 시군은 자치단체로서 민선단체장들이 중심이 되어 독자적으로 감찰업무를 수행했다. 당시 제주도청에는 감사관, 시·군에는 감사실을 두어 공직기강과 자체감사를 했고, 감사원은 주기적으로 일반 업무와 회계업무에 대한 종합감사와 수시로 공직감찰을 실시했다.
행정자치부는 2년에 1번 제주도에 대한 종합감사를, 도청 감사관실은 2년에 1번 시·군에 대해 종합감사를 시행했다. 그러나 16개 시·도가 “행자부 종합감사를 받지 않겠다”는 ‘항명’을 하게 되고, 시·군에서도 도 종합감사를 거부하는 상황이 전개되기도 했다. 지방자치가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자치 감사가 활성화 되어 자치단체 스스로 문제점을 고쳐 나가야 하는데, 당시 행정자치부는 종합감사를 통해 지자체를 통제하고, 장악하려고 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논의가 시작됐고, 중앙의 권한을 이양 받기 위한 작업이 진행됐다. 제주도는 고도의 자치권 확보와 독자적인 행정 수행을 위한 시책 발굴에 주력했다. 필자가 근무하던 감사관실에서도 중앙부처로부터 독립적인, 특별자치도에 걸맞은 감사제도 발굴에 지혜를 모았다. 독일과 일본 자치단체의 경우 감사위원회 제도를 두고 자체감사를 수행하고 있었는데 제주에도 도입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감사위원회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시행하는 제도여서 시행착오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았으나 특별자치도에서는 독립된 감사기구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일치를 보고 특별법에 반영할 새로운 제도로 도입을 제안했다.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엔 감사위원회와 사무국 구성, 과 단위부서의 형태 등이 과제였다. 외국의 사례들과 감사원의 감사위원 제도를 면밀히 분석, 지금의 감사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었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도교육청에 대한 감사일원화를 위해 교육감사과 설치를 제안했지만 반영되지 않아 사무국에 감사과와 조사과만 설치된 것이다. 교육감사과를 두고 교육청과 협의해서 직원을 배치하고 업무영역을 결정했다면 나중에 교육청과의 감사업무를 둘러싼 갈등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감사위원회의 서귀포시 배치도 아쉬운 부분이다. 도청·교육청 등 감사대상기관 대부분이 제주시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당시 도지사가 “서귀포시에 도청 3개 부서를 분산 배치하겠다”는 선거공약에 대해 도청의 모든 부서장들이 반대하자 감사위원회가 ‘유탄’을 맞은 셈이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감사위원회가 설치됐다. 사무실은 서귀포시청 제2청사 2층에 배치되면서 수감기관 사무실 중간층에 더부살이 형태가 되고 말았다. 도청에선 감사위원장의 간부회의 참석 의견도 있었지만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저해를 이유로 거부했다. 이후 도의회의 협조를 얻어 서귀포시의회 청사였던 현재의 위치로 몇 개월 만에 사무실을 옮겼고 독립성 강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감사위원회는 앞으로도 숙제가 많다. 진정한 독립성을 보장받기 위해서 예산편성권 확보·인사권 독립성 보장·감사직렬 확대 등이 이뤄져야 한다.
감사위원회 설치되고 12년 간 많은 일을 해왔음은 분명하나 여전히 도민들의 욕구에 부응하는 데는 미흡하다는 생각이다. 진정한 독립된 감사위원회에 대한 기대치가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