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학교에 두는 것도 방학 취지 아니…지역 차원 대안 절실
방학이 다가오면서 어린 초등 자녀를 둔 부모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저학년의 경우 학교에서 돌봄교실을 열어주고 있지만, 등교 시간이 출근시간보다 늦고 하교시간이 빨라 근본적인 대안이 되지 못 하고 있다. 지역 차원의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름 방학을 앞두고 달력을 넘기는 부모들의 손길이 바빠졌다. 돌봄교실이 끝난 후 부모 퇴근시간까지 아이가 가 있을 곳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오전 9시에 시작한 돌봄은 정오나 오후 1시면 끝난다. 부모 퇴근까지 약 6시간 정도 공백이 있다. 조부모의 손을 빌리기 어려운 가정에서는 학원을 여러 곳 보내거나 학원 수를 줄이고 아이들의 식사를 챙겨줄 돌보미를 구해야 하는데 어느 쪽이든 목돈이 든다.
돌봄 시작 시간이 부모 출근시간대보다 늦은 것도 걱정이다. 돌봄은 오전 9시에 시작하는데, 방학 중에는 교사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 상당수의 학교들이 오전 8시40분 이후 등교를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무턱대고 돌봄 시간을 늘려달라고만 요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학교에서 벗어나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며 성장하는 것이 ‘방학’의 취지라고 볼 때, 학교에 머무는 시간을 마냥 길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돌봄이 지역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었는데 교육계가 모두 보듬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는 걸 알고 있다”며 “조만간 방학중 돌봄운영 실태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교육적 여건은 물론 아이들까지 두루 생각했을 때 교육계만 나서서는 안 되고 지역이 함께 공백을 메워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들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여러 초등학교 관리자들은 “돌봄을 확대해달라는 요구가 있고 필요성이 큰 것도 사실이지만, 한 공간에 어린 아이를 오래 두는 것이 비교육적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초등 교장은 “예전에 저녁 돌봄을 시행했을 때 학부모들은 안심했지만 아이들은 굉장히 답답해했다. 자극과 환기의 측면에서는 맞벌이 부모의 빈자리를 교육활동으로 메워주되 그 장소는 분산될 필요가 있다”며 지역 차원의 고민과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저 출산 해소니 일·가정 양립이니 말이 많은데 방학이나 공휴일만 되면 아이 맡기기에 목돈을 들여야 하니 이걸 마냥 개인이 안고 가는 게 온당한 지 늘 생각하게 된다”고 푸념했다.
한편 통계청·한국고용정보원·국세청의 2017년 자료에 따르면 제주지역 근로자 소득은 전국에서 가장 낮고(5인 이상 상용근로자 월 평균 급여 245만원, 근로소득자 평균연봉 2866만원), 맞벌이 가구 비중(14만8000 가구 중 9만1000 가구 61%)은 가장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