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놀이공간 확보와 함께 놀이 문화 확산에도 노력
고교 무상급식 추진 등 공약·과제 차근차근 이행
진보단체와 갈등은 “방향은 같았지만 속도 달라”
제16대 교육감 임기를 본격 시작한 이석문 교육감이 “제주형 기적의 놀이터에 아이들의 ‘놀 권리’를 가득 채우겠다”고 말했다.
지난 선거에서 유아교육 관련 공약을 제시하지 않았던 이 교육감은 이번 선거에서 “공공형 실내 놀이터와 제주형 기적의 놀이터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2015년 5월 4일,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어린이날을 하루 앞두고 ‘어린이 놀이헌장’을 선포한 바 있다.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는 일에서 공교육이 더 이상 뒷짐을 지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 교육감은 “그러나 놀 권리를 말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아이들이 놀지 못 하는 현실을 반영한다”며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놀이와 신체활동이 이뤄지는 문화를 만드는 게 우선인 만큼 놀이 공간 확보와 더불어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여유와 시간을 확보하는 데에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교육감은 이번 선거에서 △2학기부터 고교 무상급식 전면 실시 △아이들의 일상을 세밀하게 관리하는 현미경 교육복지 △고교체제 개편 완성 △제주교육공론화위원회 운영 △평가·수업 혁신, 학교 문예체 동아리 활성화 등을 5대 핵심공약으로 제시했다.
당장 2학기 고교 무상급식 추진을 시작으로 조직개편, 고교체제개편 완성을 위한 학과 개편, 고입 선발고사 내신 체제 안착을 위한 제도 보완, 제주 형 유아교육 모델 찾기, IB 도입 등 새로운 교육 지향을 위한 숱한 과제가 그의 책상 뒤에 올라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재선 성공으로 지난 4년간 심어온 교육 혁신의 씨앗을 계속 키워갈 수 있게 됐다.
=재선 소감에 앞서 <제주매일>에 축하를 전해야겠다. 창간 19주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바쁜 선거 와중에도 틈틈이 <제주매일> 기사를 챙겨봤다. 교육감 선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정책 검증 시리즈 기사를 실어준 데에 깊이 감사드린다. 개표 당일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고 지지해준 도민들에게도 감사드린다. 비록 지지하지 않았어도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전해준 분들에게 고마운 말씀 드린다. 역전 과정을 보면서 과거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도민 한 분 한 분의 간절한 열망을 느꼈다.
△조직개편 용역이 진행 중인데 앞서 교육활동 지원 중심으로 ‘전국 최초’의 조직 구성을 시사했다.
=우리 교육이 교육부와 교육청을 바라봤던 ‘천동설’에서 아이와 교실을 바라보는 ‘지동설’로 이동하는 중이다. 지동설에 맞게 행정이 혁신돼야 한다. 현재 조직 개편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 최초로 학교를 아이들을 지원하는 조직으로, 교육청·지원청을 학교 현장을 지원하는 조직으로 재편하려 한다. 학교를 교육 활동 중심의 조직으로 재구조화할 것이다. 이런 방향성에 맞게 본청과 직속기관, 지원청의 기구와 정원을 합리·효율적으로 조정할 것이다. 용역 결과는 올해 하반기에 도출될 것이다.
△지난 1기 공약에는 유아 관련 내용이 없었다. 이번 2기에서는 공공형 실내 놀이터와 제주형 기적의 놀이터 설치를 제시했는데 방향은.
=순천 ‘기적의 놀이터’의 방향과 비슷하다. <제주매일>과 <미디어제주>의 놀이 기획을 통해서도 충분히 놀이터의 지향을 확인했다. 문제는 공간보다 문화가 아닐까 싶다. 적어도 초등학교에서는 매일 한 시간 이상 신체활동을 권장하고 있다. 권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놀이와 신체활동이 이뤄지는 문화를 만드는 게 우선일 것이다. ‘놀 권리’는 역설적으로 아이들이 놀지 못하는 현실을 반영한다. 놀이 공간 확보와 더불어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여유와 시간을 확보하는 데 노력하겠다. 기적의 놀이터에 아이들의 ‘놀 권리’를 채우겠다.
△‘제주형 유아교육 선진 모델 찾기 용역’에 유아학년제(K-GRADE) 장점 수용 계획이 담겨 있다. 7세는 초등교육법 적용 대상이 아닌 상황에서 0학년 도입이면 학제 개편을 뜻하는 것인가.
=학제 개편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하고 싶다. 제주가 하고 싶다고 될 일이 아니다. 국가 차원의 논의와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학제 개편 논의의 장을 만드는 마중물이 될 수는 있겠다 싶다. 개혁이라고 말하기도 부담스럽다. 구체적인 정책이 나온 것이 아니지 않은가. K-GRADE 사례를 분석해 이를 제주 유아교육에 적용할 방안이 있는지를 탐색하는 수준이다. 우선 용역 결과를 지켜본 뒤에 후속 절차를 고민하겠다.
△고교체제개편에서 특성화고 학과 개편이 더디고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우선 학과 개편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특성화고 학과 개편에 대한 종합적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다. 로드맵에 대해 학교와 협의 후 학과 개편 등을 추진할 것이다. 이에 앞서 근본 고민을 해결해야 한다. 지적한 것처럼 교원 수급이나 학교 자율성 등도 고민이지만 교육과 실습, 취업이 긴밀하게 연계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많은 특성화고가 교명을 바꾸기도 하고, 학과도 개편했다. 학과만 개편했다 해서 특성화고가 활성화되지 않음을 이미 알고 있다. 특성화고 아이들이 들어갈 수 있는 좋은 일자리 마련에도 주력했다. 교육-실습-취업 연계 관점에서 학과 개편을 고민하겠다.
△이번 선거에서는 지난 선거와 달리 민주노총이나 전교조 등 진보단체의 지지 선언이 줄었다.
=소위 진보 성향 단체장이 당선되고 4년 임기를 보낸 것이 모두가 처음 겪는 경험이었다. 동료의 위치에서 기관장과 단체의 위치로 바뀌었다. 그것부터가 많은 변화를 양산한다. 서로 생각한 정책의 방향은 같았지만 속도가 달랐다. 지속적인 만남과 교섭 과정에서 합의할 건 합의하고, 입장이 다른 건 계속 소통하며 풀겠다.
△소통 부족에 대한 지적이 있다. 제도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력 상실의 어려움이 예상되는데 이번 2기에서는 변화를 기대해볼 수 있는가.
=취임식을 하지 않았다. 주변에서 많이 의아해한다. 보통 단체장이면 규모화 된 취임식을 원하고 치르기 마련이다. 지난 4년의 시간, 선거 과정을 돌아보며 느낀 건 이벤트가 크고 많다 해서 소통을 잘하는 게 아니라는 거다. 소통의 질 관리를 하겠다. 긴 호흡을 갖고, 4년 동안 일관되게 도민들을 만나겠다. 다양한 기회를 만들겠다. 온라인 공간도 적극 활용하겠다.
△2기 시작을 앞둔 시점에서 각오 한 마디.
=이번 선거에 대해 갖고 있는 남다른 자부심이 있다. 선거의 고질적 문제로 일컬어지는 관권·금권·조직·무분별한 네거티브 선거를 하지 않았다. 현직 프리미엄, 여론조사 결과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새로운 역사로 나아가기 위해 도민들과 한 약속을 꿋꿋이 지키는 게 중요했다. 이번 결과를 보며 그 진심이 받아들여진 것 같아 무척 다행이고 감사하다.
△<제주매일>에 축하와 당부 한 마디
=종이 신문이 존립하기가 갈수록 어려운 환경이라고 한다. 저널리즘이 살아있는 신문은 그러한 전망을 무색하게 한다. <제주매일>은 19년간 도민 곁을 든든히 지켜왔다. 매일 아침 소통의 벗이 돼줬다. 교육청 입장에서는 특히 <제주매일>이 고맙다. 기사 내용 및 편집에서부터 교육에 대한 깊은 애정이 보인다. 교육 본질에 입각한 대안을 제시하려는 노력도 느껴진다. <제주매일>을 보며 일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제주매일> 덕분에 나도, 제주교육도 많이 성장했다. 창간 19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