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 도정 ‘도민 삶과 가장 밀접한’ 공약
제주 기업 영세 급여도 적어
‘공공주도 정규직’ 방향성 잘 잡은 것
실천은 중앙부처 극복 등 난관 많아
기관 사업 확장 및 신설 불가피
삼다수 상장 등 발상의 전환도 필요
제7회 지방선거를 통해 원희룡 지사가 재선에 성공했다. 내달 1일 출범하는 ‘원 도정 2기’ 공약 중 도민 삶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공약을 꼽으라면 단연 ‘공공부문 일자리 1만개 창출’일 것이다.
공식 통계상으로 제주의 실업률은 1.4%로서 전국 평균 3.6%보다 훨씬 낮고 실업자수도 5000명에 불과한데 새로운 일자리 1만개는 과도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1주일에 1시간만 일해도 실업자 통계에서 빠지기 때문에 급여를 제대로 받는 일자리로 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제주는 무엇보다 취업해도 월급이 적다. 5인 이상 사업장 평균 월급을 보면 전국이 313만원인데 제주는 246만원으로 79%에 불과하다. 건설업이나 도소매 취업자의 급여는 70% 수준이다. 이유는 민간 기업들이 영세하기 때문이다.
도내 2만7000개 사업체 중 86%가 10인 미만이다. 그리고 제주에는 자영업자가 10만명, 그 가족이 2만명이나 된다. 또 알바 등 임시직이 10만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26%나 차지한다.
따라서 취업자수는 금년 5월 현재 37만명이나 전국 평균월급 이상 버는 사람은 10만명에도 훨씬 못미칠 것으로 추산된다. 때문에 도민들은 더 오래 더 많이 일하고 있다. 전국적으론 100명중 64명이 일하고 있지만 제주도민은 70명이 일하고 있다. 근면하기도 하지만 월급이 적은 것이 더 큰 이유다.
따라서 안정된 월급을 받을 수 있도록 공공부문이 주도해서 정규직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낸다는 공약은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공무원이나 공기업 계통에서 신규 일자리 1만개는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은 과제다. 월급만 생각해서 도가 현재 쌓아두고 있는 통합기금 등 2500억원을 투입해서 추진한다곤 하나 단순히 예산으로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공무원과 공기업의 정원은 제주도나 의회가 아니라 중앙부처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공공부문 경영혁신 차원에서 정원 억제 장치를 많이 만들어놔서 중앙에서 정원을 따오는 것이 쉽지 않다. 공공조직의 정원통제를 하지 않으면 방만 경영과 민간기업 활동 위축을 가져온다는 인식이 국내외 학계나 언론계는 물론이고 정부행정체계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그래도 공무원 일자리 2500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실천하는 방식을 따라 소방·경찰·복지직 등 새로 만들어 해결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방공기업에서 3500개와 공공사회서비스에서 4000개는 도 예산 출자절차·민관계약관계 등 까다로운 장애물이 한둘이 아니다. 더구나 도 산하 공기업으로서 개발공사·관광공사·에너지공사 3개가 있고 출자·출연기관으로서 신용보증재단·제주의료원, 등 11개가 있지만 이들 기관의 현재 정원을 모두 합쳐도 3500명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기존 기관 사업의 대폭 확장 또는 추가, 그리고 새로운 기관의 설립이 필요하다. 여기엔 과거와 달리 중국자본에 의존하지 않아야 하며 청정환경 보존과 도민이익 환원 장치를 제대로 갖추어야 한다는 전제가 반영돼야 한다.
그리고 각 기관은 예전과 다른 혁신적인 발상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삼다수를 상장시켜 대규모 자본을 조달한 다음 각 기관의 신규 투자재원으로 공급한다거나, 관광공사가 직접 카지노사업에 참여한다든지, 에너지공사에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에너지코인을 발행해서 지역주민과 공동으로 풍력발전사업을 한다든지 하는 것이다.
각 기관이 이들 사업을 개별적으로 추진할 경우 전문성의 한계와 상호 충돌의 문제가 예상된다. 따라서 새로운 조직에서 각 기관의 사업계획과 재원조달 및 인력충원 방안을 통합해서 일괄 패키지로 도의회와 중앙을 동시에 설득하는 방법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국제자유도시 2차종합계획에서 유보됐던 ‘투자신탁공사’가 이런 작업을 하는데 적합할 지도 모른다. 2010년 외국컨설팅사에서 검증용역까지 마친 국제금융센터를 다시 추진해서 사업능력을 보강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원 도정의 ‘공공부문 일자리 1만개 창출’이 공약(空約)이 아니라 공약(公約)으로 실현돼 도민이 행복한 제주에 기여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