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8000신이 지키는 땅, 제주.
그 1만8000명의 수만큼 신의 이름이 있을리는 만무하지만 신의 영허함이 이 땅을 감싸고 있고 그런 만큼 신에 관한 얘기, 신화가 풍부하다.
그런 풍부한 제주 신화를 더욱 재미있고 흥미롭게 이끄는 전시회가 열린다.
오는 6일까지 제주도문예회관 제2전시실에서 마련되는 제5회 홍진숙 판화전, '섬, 그 안의 신화'.
제주의 신화와 전설의 섬 제주의 이미지, 제주에 있는 무속의 여러 신화들이 작가의 이미지화 작업을 거쳐 형상과 오색옷을 입어 생명을 얻었다.
작가는 목판화를 통해 갖가지 신화와 전설을 펼쳐낸다.
그는 1만8000여 신들이 모여살기 때문에 무궁한 상상력을 가진 가능성과 꿈의 섬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제주신화의 변화무쌍한 서사를 화면의 구성, 색, 이미지 상징을 통해 근대 이후 사라졌던 신화적 메타포를 화면에 끌여들였다.
그래서 각 작품 속에는 사랑과 이별, 살인, 정욕 등 삶의 생생한 리얼리티가 녹아있고 광범위한 은유가 깔려 있다.
경기문화재단 전문위원이자 김종길 미술평론가는 "그동안 그려진 역사화는 현세적 영우들의 이야기며 이념적 이데올로기의 홍보용 전단이다. 오랜 역사 속의 민중들과 그들의 입을 통해 전승되었던 신화의 생기, 예술의 원초적 흡입력으로 작동하며 그 씨앗이 되었던 신화가 진짜다"며 "홍진숙은 나지막이 그 이름의 이랑에 씨를 뿌리기 시작한 것이다"라고 평했다.
홍진숙씨는 "이번 전시를 통해 제주도가 갖고 있는 정신문화인 무속을 통해 제주섬에 있는 한국미술의 소박함과 절제된 미의식을 보여주려고했다"며 "제주 신화를 형상화하는 첫걸음으로 혹은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하나의 신화로써 발자취를 남기려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