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기 예술의 역할은 무엇일까? 민족예술, 민중예술은 무엇인가? 내게 있어 제주민예총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름다운 기억이었다. 6년여의 시간 동안 민예총 상근 정책실장을 맡으면서 소중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그렇다고 즐거웠던 시간의 연속은 아니었다. 정책이란 용어 때문에 행동하나 말투 하나 신경 쓰이지 않는 게 없었다. 때론 나의 무지 때문에 누군가 상처를 받지 않을까.
제주민예총의 의견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문화예술의 과제를 제대로 주장하고 있는가. 매 순간 힘들었다. 순간의 선택이 정치적 욕망으로, 개인적 권력 욕심으로, 조직 이기주의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민예총 정관은 ‘4·3민중항쟁 정신을 예술 창작과 실천 속에서 보듬어 안아 역사의 연표 위에 자랑스럽게 기록되도록 할 것이며 제주 공동체의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 선언은 제주민예총의 중심 사업과 방식이 무엇인지를 함축한 선언문이다. 그런데 이 선언이 지금도 유효한 가 회의가 든다.
최근 신문 기사를 보고 너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제주민예총이 도지사 후보들에게 문화부지사를 제안한 기사였다.
얼마 전에 한 후배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문화정책이 이러해야 한다 밖으로 주장하기에 앞서 우리 안에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고 해답을 찾는데서부터 문화정책은 시작한다고 말이다.
지금 그때와 같은 질문을 할까 한다. 문화부지사. 다 좋은데 설명해야 할 게 너무 많다. 정치 공간에서 정책을 주장하기에 앞서 안으로부터 정책을 고민한 적이 있는가. 문화부지사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누구와 소통은 했는가. 조직이기주의는 없는가. 문화 권력의 사적소유는 아닌가.
선거는 중요하다. 정책제안도 중요하다. 그러나 모두가 부지사를 원하진 않는다. 여성부지사, 4·3부지사, 농민부지사, 관광부지사, 청년부지사를 만들어야 할까. 문화부지사직을 제안하려면 무엇보다 제주도민의 입장에서 작은 의견이라도 듣고 정책을 제시해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선거기간이다. 그래서 위인설관이란 말이 생각난다. 기우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