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안과 시민의식, 그리고 우리의 선택
혜안과 시민의식, 그리고 우리의 선택
  • 송상열 제주한의약연구원장
  • 승인 2018.0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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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나 국가 다스리는 원리는 하나
순리에 따르는 자연스러움
지역 현안 해결 방안도 마찬가지

경제·교통·쓰레기 등 다양한 문제
대증요법 아닌 근본대책 필요
제주 내생적 성장 이끌 지도자 뽑자

 

옛 문헌에 보면 나라를 다스리는 일을 몸을 치료하는 것에 자주 빗대곤 했다. 동의보감에선 ‘인신유일국(人身猶一國)’이라 하여 인체는 한 나라와 같다고 했고, 또 다른 문헌에서는 사람을 치료하면 인의(人醫)이고 나라를 다스리면 국의(國醫)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실제로 ‘다스릴 치(治)’자는 ‘몸을 치료하다’는 의미와 ‘나라를 다스린다’는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몸이나 나라나 다스리는 원리는 한가지라는 셈이다.

지방 선거를 앞두고 있는 지금, 우리지역 제주는 어떻게 다스려져야 하는지 무엇보다 모든 권력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도민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더욱이 오늘부터 6·13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됐기에 그 의미가 있다고 본다.

원래 치(治)자의 의미는 물을 다스리는 치수(治水)와 관련된다. 황하 강에 터를 잡은 중국은 역대로 홍수를 막는 것이 국가적 큰 과제였다. 옛날 순임금이 ‘곤( )’에게 홍수를 다스리라고 했는데 ‘곤’은 물길을 막는 방법으로 치수하였으나 댐이 터지는 바람에 더 큰 피해를 입었다. 이에 순임금은 ‘곤’을 죽이고 그 아들에게 치수를 명하였다. 그 아들은 아버지와 반대로 물길을 트는 방법으로 홍수를 막아내어 결국 그 공으로 왕(우임금)까지 되었다.

이 고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바람직한 ‘다스림(治)’에는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자연스러움이 함축되어 있다. 질병을 치료할 때도 좋은 치법은 인체의 생리에 맞춰 순리대로 다스리는 것이다. 예컨대 우리 몸은 이상이 생기면 땀을 내고 토하고 설사를 통해 사기를 자연스레 몸 밖으로 배출하도록 한다. 치료법도 이런 흐름을 따른다. 독소로 설사를 하는 경우 더 잘 배설되게 터주는 치료를 한다. 반대로 막는 치료를 하면 더 큰 병으로 전변할 수 있다.

나라를 다스리는 것도 순리대로 쫓아감이 마땅하다. 큰 흐름을 읽고 그 흐름대로 정책의 방향을 잡는 것이다. 시대에 역행하는 것은 당장은 먹힐 수 있어도 결국 큰 홍수에 댐이 내려앉듯 무너질 것이다.

선거에 임하는 우리도 관행에 얽매여 시대에 역행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고, 넓은 안목으로 미래의 우리 아이들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살펴보았으면 한다.

또한 ‘치병필구어본(治病必求於本)’이라 했듯이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도모해야 한다. 병의 증상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표증과 안에 숨어 있는 근본 원인이 따로 있는 경우가 있다. 감기 걸려 열이 나는 아이에게 열이 난다고 찬물을 끼얹어야 할까. 추위를 느끼는 증상이 근본 원인을 표현하는 만큼 반대로 따뜻한 약으로 몸을 풀어주어야 한다.

제주에는 현재 경제 성장과 함께 교통·쓰레기·건강·자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한 각종 대증요법이 난무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이러한 문제들의 근본 대책은 무엇일까. 성장으로 생긴 문제라며 무턱대고 성장을 멈추게 해야 할까. 고립은 정체다. 경제적 번영을 위해서 외부와의 교류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전세계사적으로 만이 아니라 조선후기 제주의 200년 단절의 역사로도 알 수 있다.

경제적인 면에서만이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도 그러하다. 고인 물이 썩듯 ‘괸당문화’로 대변되는 폐쇄된 지역문화는 제주의 전반적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만들 것이다.

발병의 원인으로 내부의 정기 부족이 외부의 사기(邪氣)보다 더 크게 작용한다. 제주 발전에 있어서도 중요한 것은 외형의 성장보다 내적인 발전이다. 제주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질만한 역사와 문화를 발굴 계승하고 높은 문화 의식을 추구하는 것이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지역의 향토 자본이 축적되고 경제 성장의 혜택이 도민에게 돌아가는 내생적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적인 발전, 즉 제주인의 문화의식을 높이고 내생적 성장을 도모하는 것, 이것이 제주가 안은 여러 현안들에 대한 근본적 대책일 수 있다. 제주의 미래를 가르는 이번 선거, 넓은 혜안과 시민의식으로 제주에 적합한 지도자를 선택하기를 바라며 우리 스스로 냉철한 이성으로 제주를 고민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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