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스런 아내와 말 많은 남편이 있었다. 이들 부부의 말은 동네에서 늘 불협화음을 만들어내기 일쑤다.
자기들 말이 구설수에 오르자 어느 날 밤 이들 부부는 말을 줄일 요량으로 내기를 하기로 했다. 떡 한 덩어리를 가운데 놓고 먼저 입을 여는 사람은 떡을 먹을 수 없다는 내기였다.
떡은 끝까지 침묵을 지키는 사람이 차지한다는 것이었다. 밤이 이슥할 때까지 ‘침묵의 내기’는 계속됐다.
▶그럴 때 도둑이 들었다. 눈앞에서 장롱을 뒤지고 각종 패물을 챙기고 자루 속을 채우는데도 두 부부는 요지부동이었다. 상대방만 멀뚱 멀뚱 쳐다 볼 뿐이었다.
부부가 벙어리인줄 알고 신나게 물건을 챙긴 도둑이 나가려다 힐끗 부인을 보니 미인이었다. 순가 음심이 발동한 도둑이 부인을 범하려고 덮쳤다.
그제서야 부인은 황급하게 소리 질렀다.
“여보 뭘 하고 있어요. 보고만 있을 작정 이예요?”.
그때야 남편이 빙긋 웃으며 하는 말 “그럼 이제 이떡은 이제 내차지지?”.
▶물론 이 이야기는 누군가가 지어낸 우스갯소리다. 그러나 이 우스갯소리에는 그냥 웃어 넘겨버릴 수만은 없는 진한 페이소스가 묻어 있다.
말 많은 것도 문제지만 일부러 지어내거나 강요된 침묵이 진짜 위기를 부를 수 있다는 메시지도 담겨있다.
최근 ‘경제 위기’와 관련한 노무현 대통령의 담론(談論)은 그래서 ‘떡 한 덩이 내기”하는 부부의 이야기처럼 어이없고 한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0 노대통령의 경제 담론은 요컨데 “위기가 아니”고 “문제가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위기가 아닌데 정부 개혁정책에 딴지 걸기 위해 언론이 자꾸 위기를 부추긴다”는 시각이다.
“정말 위기가 온다면 그건 언론 때문”이란 함의가 포함됐다.
지금 나라경제는 대통령 주장대로 위기는 어려운 건 사실이다. 그대로 놔두면 위험해 질수도 있다. 그것을 언론이 경고하는 것일 뿐이다.
그런 우려도 표명할 수 없다면 언론은 강요된 침묵에 순응하라는 말인가.
경제도둑이 들어와 나라 경제를 훔쳐 가는 데도 “도둑이야” 소리도 못지르고 떡 한 덩어리에 눈독들여 꿀 먹은 벙어리처럼 침묵해야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