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까지 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서


하얀 캔버스 위에 직선 하나. 아직은 무엇을 이야기하는 지 알 수 없다. 비슷한 길이의 직선을 잇는 얼마의 작업이 있은 뒤, 선들은 바람이 되고 너울거리는 물결이 됐다. 두 아이를 안고 풀 속에 몸을 웅크린 어미의 슬픔도 담아냈다.
선은 이어져 존재가 되었다. 바다가 되고 숲이 되고 하늘을 보여주고 어두움과 경이로움도 나타낸다.
2015~2016년 7기 작가로 서귀포시 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에서 머물렀던 화가 김용철씨가 지난 19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에서 ‘채집풍경-선을 잇다’를 주제로 개인전을 열고 있다.
김 작가에게 선을 잇는 것은 작업의 시작이다. 스케치 선들은 화면에서 서로 만나 구름과 언덕을 잇고, 사람과 나무를 만나게 하고, 바람과 풀을 연결한다. 각각의 존재들이 저마다의 고유한 모양을 갖추고 만난다.
하필 그가 선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몇 해 전 혈액암 진단을 받으면서다. 투병하는 동안 몸 속에 흐르는 수많은 혈관과 그것의 순환에 대해 생각했다. 그 혈관들은 결국 나를 존재하게 한 근간이었다. 선에 대한 생각은 존재의 관계성으로 확장되어 갔다.
이번 전시는 풍경을 채집해 선으로 표현하고 있다. 굵은 붓질과 철선 용접을 통해 평면과 입체로 나타냈다. 그것들은 외롭고 고단한 삶 속에서 뜨겁게 만나 위로를 주는 이음이다.
작품에서는 제주의 바람과 오름, 푸른 밤을 만날 수 있다. 제주를 걷다보면 만나는 4·3의 상처도 작품 속에 녹여냈다.
작가는 “자신의 손길이, 마음이 작업 속에 머무르고 그 로터리 같은 길에서 사람들과 만나 위로받고 사랑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문의=064-760-35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