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 삶의 기회 ‘심폐소생술’
또 한 번 삶의 기회 ‘심폐소생술’
  • 황승철 제주소방서장
  • 승인 2018.0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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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아워 4분내 실시하면 90% 생존
도민 선택사항 아닌 필수능력 기대

 

 

누구나가 절망적일 때 우리는 기적을 바란다. 우리의 삶에는 희망과 절망이 늘 공존하고 있다. 절망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희망이듯이 시련의 뒤편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기적’ 같은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지난 2월7일 새벽 5시28분 119종합상황실로 제주시 노형동 소재 주택 거실에서 아버지(64)가 쓰러져 있다는 다급한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신고를 접수한 119요원은 심폐소생술을 즉시 시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전화를 통해 아들 한모(40)씨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도록 지도했다.

이에 한씨는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이후 현장에 도착한 119구급대는 전문 소생술을 시행해 환자의 맥박과 호흡이 회복됐고, 한씨의 아버지는 5일 후 무사히 퇴원해 설 명절을 가족과 함께할 수 있었다.

우리는 각종 매스컴에서 위와 같이 신속한 응급처치로 소중한 생명을 살린 사례를 간혹 접하곤 한다. 연간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급성 심정지 환자 발생 수는 3만 명에 육박한다.

인구 고령화와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심장 질환자가 10년 전보다 53.1%나 늘었다. 급성 심정지는 암을 제외하고는 우리 국민의 가장 큰 사망원인이며, 현 추세로 볼 때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7년 제주특별자치도가 국제안전도시로 공인되면서 소방안전본부와 소방서에서는 전 도민을 대상으로 응급상황 최초 발견자의 대응력을 높이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제주소방서는 의용소방대 심폐소생술 전문강사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찾아가는 도민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심폐소생술은 ‘생명’이다. 골든아워(Golden hour) 4분 안에 신속히 심폐소생술이 이뤄질 경우 환자의 생존율이 90% 가까이 높아진다고 한다.

그간 각계각층의 노력으로 심폐소생술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과 교육환경이 10년 전에 비교해 나아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아직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멀다. 도내 심정지 환자 발견 시 현장 목격자에 의한 심폐소생술 시행률은 2008년 1.9%에서 2016년 17%로 크게 증가했으나, 여전히 선진국인 스웨덴 (55.0%)와 미국(30.8%)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심정지는 예측하기 어렵고, 심정지의 60~80%는 가정·직장·길거리 등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심정지 환자를 처음 목격하는 사람은 가족·동료·행인 등의 대부분 일반인이다.

그러나 심정지 발생 후 4~5분이 지나면 뇌에 손상이 진행되기 시작하기 때문에 심정지를 최초 목격한 사람이 즉시 심폐소생술을 실시해야 환자가 정상 상태로 소생할 수 있다. 또한 119가 현장에 도착하기까지의 소요시간을 10분 이내로 추산하더라도 그 이전에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뇌손상과 이에 따른 상황 악화를 막을 수 있다.

기본 심폐소생술의 목적은 심정지가 발생한 사람에게 강제적으로 흉부압박과 인공호흡을 제공하여 환자의 심장박동이 회복될 때까지 뇌와 심장에 산소가 포함된 혈액을 공급하는 것이다.

안거위사(安居危思)란 말이 있다. 이는 아무 탈 없이 편안한 때일수록 어렵고 위험한 일이 닥칠 것을 생각하여 미리 대비해야 함을 이르는 말이다. 사랑하는 가족이 갑자기 내 앞에서 쓰러져 호흡이 꺼져 가는데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볼 것인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위급한 상황에서 실제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이다. 심폐소생술은 도민 개개인의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능력’으로 자리매김 돼야 할 것이다.

생과 사를 가르는 4분, ‘심폐소생술’의 진가를 가장 확실하게 표현한 말이 바로 이 말이 아닐까 싶다. 인간의 삶과 죽음은 분명코 신의 영역일 것이다. 하지만 골든아워 안의 심폐소생술 시행은 신이 우리에게 주는 또 한 번의 기회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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