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는 지난 17일 성명을 내고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이 지역 및 연고 등으로 공무원을 편 가르고, 인사를 앞세워 줄서기를 하도록 유혹하고 있다”면서 유감의 뜻을 표했다. 선거철만 되면 공직사회(공무원)를 존중하지 않고 사유화(私有化) 하려는데 대한 강한 비판이었다.
전공노는 “이번 선거에도 전직 고위공직자들이 각 선거캠프에 상주하는 모습이 보이는가 하면, 극히 일부 현직 공무원은 개인의 안위를 위해 줄서기를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어 “공무원 신분을 망각해 정치권을 기웃거리며 직권을 이용해 관변단체와 법인 등을 대상으로 부정의적 행동을 하는 정치공무원은 즉각 공직을 떠나라”고 밝혔다. 지방선거에 관여하는 전직 공무원들에 대해서도 줄서기를 강요하고 금권·관권선거를 획책하는 행위를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민선(民選) 이후 나타난 가장 큰 병폐 중 하나가 바로 ‘공무원 편가르기와 줄서기’다. 관선 시절 능력 위주의 인사 관행은 민선시대 접어들어 모든 것이 표(票)로 연결됐다. 특정 후보 줄서기에 나서 해당 후보자가 당선되면 비록 불·탈법에 연루되어 있더라도 승진이나 영전 등 승승장구했다.
편 가르기도 심해져 이쪽도 저쪽도 아닌, 선거중립을 지킨 공무원은 ‘회색분자’로 매도되기 일쑤였다. 이는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몰아내는 격으로, 그야말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민선 초기의 편 가르기와 그 추종 세력들은 십 수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이어져오며 6·13 지방선거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 대열엔 전·현직 공무원뿐 아니라 언론인 등 각계 각층이 대거 포함돼 있다.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어떤 이념적 지향이 아니다. 겉으론 지역의 발전 등을 둘러대지만 속내는 스스로의 자리보전과 이권개입, 하다못해 떡고물이라도 챙기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목소리로 외치는 것이 ‘영광이여, 다시 한 번!’이다.
이 같은 악습(惡習)이 전면 개선되지 않고는 제주의 밝은 미래 또한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지금 선거판에 목을 매는 지역의 원로급을 위시한 사회지도층과 전· 현직 공무원, 기타의 선거꾼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무엇을, 누구를 위한 몸부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