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불충분' 보육교사 살인사건 영장 기각
'증거 불충분' 보육교사 살인사건 영장 기각
  • 김진규 기자
  • 승인 2018.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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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어린이집 보육교사 피살사건’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경찰 수사가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제주지방법원 양태경 영장담당 판사는 18일 강간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피의자 박모(49)씨를 상대로 피의자 심문을 벌인 끝에 “범죄를 입증할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양 판사는 “피의자 주장이나 변명에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점이 일부 있지만, 경찰이 제출된 자료들을 종합할 때 ‘피해자가 범행 당일 피의자가 운행하는 택시에 탑승한 사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사유와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 때문에 최근 동물 실험 결과를 토대로 사망 시점이 2월 1일경이라는 감정결과도 새로운 증거로 평가하기 어렵고, 직접적인 증거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당일 새벽 범행현장 인근 애월농협유통센터 앞 CCTV와 애월읍 장전리 산빛마당펜션 앞 CCTV에 NF 소나타로 추정되는 차량의 옆 부분이 촬영됐지만, 당사자가 운행하던 택시와 동일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의자의 택시나 옷 등에서 피해자의 혈흔이나 DNA가 검출됐다거나, 피해자의 옷이나 신체 등에서 피의자의 DNA 검출되지도 않았다.

피의자 택시 안에서 피해자가 입었던 점퍼(무스탕)의 동물털과 유사한 섬유가 발견됐다는 감정결과 피해자의 우측 무릎과 어깨 등에서 당시 피고인이 입었던 진청색 남방의 직조섬유와 유사한 진청색 면섬유가 발견됐다는 감정결과가 제출됐지만, ‘동일’한 것이 아니라 ‘유사’하다는 의미에 그쳐, 양자가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수사과정에서 피의자 택시 외의 다른 용의차량에서도 피해자가 입었던 무스탕과 동물 털과 유사한 섬유가 발견됐다는 이유에서다.

양 판사는 “사건 당일 무렵 차량운행경로에 대한 피의자의 진술에 일부 부정확하거나 불분명한 점이 있으나, 초동수사 과정에서 용의선상에 오른 다른 차량의 운전자 역시 자신의 차량운행경로를 구체적으로 진술하지 못한 점에 비춰, 피의자가 당시의 차량운행 경로를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 자체를 범행에 대한 유력한 근거로 삼기 어렵다”고 밝혔다.

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피의자 박씨는 19일 새벽 12시 53분경 제주동부경찰서 광역유치장에서 풀려났다. 박씨는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게된다.
 
제주지방경찰청 장기미제팀은 “실험을 하고 자료수집과 재분석, 재구성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순히 범인을 잡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법정에 세워 유죄판결을 받아 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본격적인 수사를 앞두고 법원 영장 실질심사부터 ‘범죄혐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이번 사건이 미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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