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 부인에도 경찰 “증거 있다” 입증 자신감

‘제주판 살인의 추억’으로 불리는 ‘2009년 어린이집 보육교사 피살사건’ 피의자의 구속 여부가 오늘(18일) 결정된다.
제주지방경찰청 장기미제팀은 17일 2009년 2월 발생했던 제주보육교사 살인사건 피의자 박모(49)씨를 강간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제주지방법원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17일 영장이 신청된 만큼, 18일 오전에 영장실질 심사를 벌이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안다”면서 “다만 영장 전담 판사가 오후에 별도의 재판이 있는 만큼, 결과(박씨에 대한 구속 영장발부 여부)는 당일 오후 늦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체포 당시 처음에는 반항했지만, 체포영장을 보여주자 순순히 응했다.
박씨는 지난 16일 오전 8시 20분경 경북 영주에서 체포돼 당일 오후 5시 40분경 제주로 압송됐다. 박씨가 제주로 압송되는 도중 경찰은 사건과 관련된 말은 일체 하지 않았다. 경찰이 박씨에게 식사를 권해도 사양했다.
박씨는 2009년 2월 1일 제주시 용담동에서 보육교사 이모(당시 27세)씨를 택시에 태우고 가던 중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애월읍 고내봉 인근 배수로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숨진 이씨가 발견될 당시 하의가 모두 벗겨진 점에 미뤄 박씨가 성폭행 하려다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동부경찰서 광역 유치장에 입감된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혐의 입증에 자신하고 있다.
박씨는 “기억이 안난다”며 범행을 부인했지만, 경찰이 수집한 증거를 들이밀 때마다 당황한 기색을 보이거나 진술을 못하고 고개를 숙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는 진술에서 범행 당일 동선이 계속 바뀌고, 진술 내용도 수시로 바꿨다. 처음에는 이씨를 자신의 택시에 태웠던 것도 부인하다가 현재는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경찰은 박씨의 거주지와 사무실에서 압수한 휴대폰 4대와 노트북, 데스크탑 등에서 범행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디지털 포렌식 분석을 벌이고 있다.
휴대폰은 4개 모두 타인의 명의로 개통된 것이다. 이 중 1개에서는 지난 5월 9일 ‘보육교사 살인사건’을 검색한 기록도 확인됐다. 이날은 재수사에 착수한 경찰이 용의자를 압축했다는 기사가 보도된 날이다.
당초 경찰은 사건 초기 때부터 박씨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했지만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하는 등 혐의 입증이 어려워지자 풀어줬다.
이후 박씨는 2010년 제주를 떠나 강원도와 경북 등지에서 생활했다. 박씨가 경찰에 체포됐던 경북 영주는 인터넷이 터지지 않은 외진 곳이다. 박씨는 거주지를 바꾸면서 신고를 하지 않아 2015년 주민등록이 말소되는 등 은둔 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피해자 이씨의 옷과 피부에서 살해 당일 박씨가 착용했던 셔츠와 동일 섬유가 발견됐고, 박씨의 의류에서도 피해자가 착용했던 무스탕 코트의 섬유가 발견된 점을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김기헌 제주지방경찰청 형사과장은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는 말이 있다. 피해자와 피의자에 상호간 접촉이 있다는 것”이라면서도 “이는 수사 초기에도 발견됐지만, 판사가 살해 증거로 인정할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지금도 확신을 못한다. 현재도 기존 증거와 다른 증거를 보강하는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엊그제 발생한 것이 아닌, 9년 전 사건이다. 기존에 있던 것을 끄집어내야 한다”며 “이외에도 피의자가 당황할 만한 뚜렷한 증거가 있지만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밝힐 순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