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이야기 해 온 ‘우리 사회 모습들’
그가 이야기 해 온 ‘우리 사회 모습들’
  • 문정임 기자
  • 승인 2018.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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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복 개인전 오는 17일부터 예술공간 이아
민중의 삶에 천착해온 40여년 60여점 작품에
▲ 이명복 작 '삶'(106x70cm, 2016)

1980년대 민주화시기부터 제주4·3 70주년까지
민중의 삶에 천착해온 40여년 60여점 작품에

예술평론가 고영자는 화가 이명복에 대해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시각적인 조형언어로 번역해 전파하는 무언(無言)의 이야기꾼’이라고 말한다. 그림을 통해 공동체의 시대정신과 정서를 끊임없이 전파하고, 세상과 소통하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회화예술과 화가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이명복은 공동체적 이슈에 개입하면서 보다 나은 공동체를 지향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비로소 이야기꾼이라 불릴 자격을 얻는다는 것이다.

2010년 제주에 정착한 화가 이명복 씨가 오는 17일부터 예술공간 이아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이번 전시는 예술공간 이아가 함께 기획한 자리로, 1980년대 민주화 운동 시기부터 제주4·3 70년을 맞은 올해까지 지난 37년간 그의 작업 궤적을 따라가 볼 수 있게 꾸몄다.

이명복은 1982년 결성된 민중미술단체 ‘임술년’의 구성원으로 활동했다. 당대 사회의 어두운 이면과 정치적 현안을 극사실주의적인 화법으로 표현했다. 현재도 우리사회의 모순, 특히 한국 근·현대사를 주제로 한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전시는 시기에 따라 4부로 구성해 총 65점을 선보인다. 1부는 1980년대 ‘우리에게 미국은 누구인가’, 2부는 1990년대 ‘증언하는 산하’, 3부는 2000년대 ‘위장된 야만’, 4부는 2010년 이후 ‘제주에서 사회적 풍경을 찾다’로 나뉜다.

그가 2000년대 초·중반까지 작업한 ‘권력’ 연작은 이미지의 과장, 생략, 비유, 추상을 통해 권력의 야만을 조롱한다. 주로 광산 노동자와 뱃사공, 철거민, 농민들이 등장하는 ‘인물’ 연작은 신중하고 치밀한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그들의 고된 삶을 드러낸다. 2010년 제주 이도 이후 그의 인물 연작에는 해녀와 밭일하는 여성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4부에서는 2010년 입도 이후 그가 제주 공동체 영역에 자리를 잡으면서 얻은 결실들을 확인할 수 있다. ‘제주풍경’과 ‘제주4·3’ 연작이 대표적이다. ‘제주풍경’에 등장하는 자연은 ‘제주4·3’이라는 아픈 역사를 소환하는 모티브들이다. 때문에 이명복의 ‘제주풍경’은 재현과 환영이 교차하고 빛과 어둠이 공존한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모티브로 삼으면서도, 다양하고 깊이 있는 색감의 변주를 통해 보이지 않은 정서(의식과 기분)를 시각화한다. 작품 ‘정원’에 등장하는 팽나무가 제주의 비극과 처절한 아픔을 기억하는 증언자로서의 의미를 갖는 것이 그런 예다. 이외에도 이명복은 ‘광란의 기억’ 등 여러 작품을 통해 제주와 4·3의 아픔을 드러내고 있다.

이명복은 중앙대 회화과를 졸업했다. 개막식은 오는 19일 오후 3시다.  문의=064-800-9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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