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와 함께 성장하는 부모
자녀와 함께 성장하는 부모
  • 임정민 국제가정문화원장
  • 승인 2018.0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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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손편지에 수제 카네이션
아이 모습에 가슴이 뭉클
캄보디아 엄마의 제주 생활 성공적

주희 엄마도 의미 있는 선물
아이들 건넨 봉투엔 첫 ‘용돈’ 담겨
엄마 보고 배우는 아이들

 

삐뚤삐뚤 크게 쓴 손글씨 “엄마! 아빠! 사랑해요” 빨간 색종이를 접어서 만든 카네이션을 엄마 가슴에 달아주는 모습에 준이 엄마는 뭉클해진다.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면 카네이션을 선물하거나 부모님께 편지를 써본 기억이 없다. 어버이날의 의미도 몰랐었다. 아이를 출산하여 엄마가 되면서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

한국말을 잘하는 큰아이에게 학습에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1학년이 돼서야 받아쓰기가 잘 안 된다는 걸 알았다. 국어 기초학습이 안 되면 학교 수업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불안한 마음에 학원에 보내게 됐다.

학원을 마치면 곧바로 지역아동센터에 보내서 국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너무 걱정이 되어 이중삼중 국어에 몰입하게 했다. 그렇게 하면 빨리 습득할 줄 알았는데 큰아이는 국어시간이 제일 싫다고 한다. 점점 학습에 흥미를 잃어가는 것 같아 걱정이다.

엄마와 대화도 거칠어진다. 한국어를 잘하는 엄마이지만 모국어만큼 부드럽게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타이르기보다는 야단을 치게 된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 모국어를 가르쳐야 엄마와 자녀가 소통이 잘된다고 했던 말들이 머리를 스쳤다. 엄마의 잘못이라는 생각에 괴롭다. 그런 와중에 둘째 아이를 임신하게 됐다. 큰아이에게 못했던 부분을 놓치지 않으려고 다짐해본다.

모국어로 태교를 했고 출산이후도 모국어로 대화를 한다. 그래서인지 둘째아이 준이는 한국어도 캄보디아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그게 아니었다. 준이가 어린이집에서 적응을 잘 못한다는 것이다. 선생님 이야기에 반응이 늦고 대답도 잘 안한다는 것이다.

선생님은 언어치료는 권했다. 그리고 아직 준이가 어리기 때문에 이중언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했다. 한국어를 잘 한 다음에 모국어를 가르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준이 엄마는 혼란스럽다.

고민 끝에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한국어로 대화를 한 후 바로 캄보디아어로 다시 반복한다. 신기하게 준이는 잘 받아들인다. 2개의 언어를 가르치면 어린아이가 혼란스럽다는 일부의 염려와는 달리 둘째아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활발하고 표현력이 많아지고 있다.

올해 어버이날 씩씩하고 건강하게 자라는 두 아들의 모습에 부모도 아이와 함께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준이 엄마의 긍정적인 삶은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된다.

한국생활 10년 만에 새집을 마련하게 됐다는 소식이다. 제주도 집값이 너무나 비싸서 엄두도 못내고 있는 준이네 가족을 위해 3명의 조카들이 힘을 모아 도움을 준 것이다. 어릴 때 잘 해주신 삼촌을 위해 조카들이 준비한 선물이란다. 어른들이 편안해야 집안이 잘된다는 조카들의 마음이 참으로 따뜻하다. 함께한 동료들 모두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잘 견딘 덕분이라고 축하한다.

5월의 아름다운 가정의 달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옆에 있던 주희 엄마도 주머니의 보물을 꺼내듯 말문을 연다. 저도 선물을 받았는데요. “오늘 어버이날이라고 초등학교 6학년 아들과 4학년인 딸에게서 길게 쓴 편지와 봉투를 받았어요”

봉투 속에는 깨끗한 1000원 짜리 지폐가 담겨 있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엄마에게 첫 번째 주는 용돈이다. 어떻게 그렇게 아이들을 잘 키웠느냐고 묻는 질문에 주희 엄마는 “시어머님께 어버이날 선물로 가족이 함께 외식을 하고 봉투에 용돈을 담아 드렸는데 아이들이 그걸 보고 따라 한거 같다”고 말했다. 부모의 행동을 보고 배우며 실천하는 자녀들이 기특하다.

베트남에서 온 투이 씨도 어린이집 다니는 아들에게 카네이션을 받고 “코끝이 찡 했다”고 했다. 베트남에서는 친정 부모님께 어버이날 꽃을 선물하고 싶어도 못했다고 했다. 친정어머니가 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그것은 낭비라고 해서 한 번도 선물하지 못한 것이다.

시어머님께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면 하루 종일 가슴에 달고 경로당에 가셔서 친구분들께 며느리 자랑하신다고 한다. 투이 씨는 이제 낭비라고 해도 친정어머님께서도 꽃을 선물하기로 마음 먹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와 함께 엄마도 성장하고 있다. 안타까운 소식이 많은 요즘 다문화가족들의 따뜻한 웃음꽃이 온누리에 가득 전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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