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천과 청계천
산지천과 청계천
  • 제주타임스
  • 승인 2005.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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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천은 제주 시내를 흐르는 하천이고 청계천은 서울 시내를 관통하는 하천이다. 이제 청계천은 서울시민과 전 국민의 관심만이 아니라,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킬 정도로 유명해지고 있다. 청계천과 산지천을 한 제목으로 다루는 것이 어색하다할지 모르나 여기에는 그만한 연유가 있다. 오늘의 청계천을 있게 한 이명박 서울특별시장이 바로 산지천을 벤치마킹하고 나서 대대적인 복원사업을 펼쳤기 까닭이다.
벤치마킹이란 무엇인가. 어떤 특정분야의 우수한 대상을 표적으로 삼아, 그 상대와 자신과의 차이를 비교 분석하고 이를 극복하기위해 상대방의 운영과정을 익히면서 부단히 자기혁신을 추구하는 기법을 말한다. 즉, 이명박 시장은 산지천이 뛰어난 모델임을 간파하고 미리 이곳을 찾아 필요한 것을 배워 간 것이다. 그리고는 성공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산지천은 그 후 어떻게 돼가고 있는가. 산지천은 30여년을 복개(覆蓋)된 채로 숨통이 막혀오다, 2002년 7월 마침내 생태하천으로 제 모습을 되찾게 된 친환경 노력의 ‘상징적 산물’이다.
거듭 태어난 산지천은 자연생태복원의 모범사례로 꼽혀 전국 도시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하였다. 이처럼 도심의 생명젖줄로서 시민의 사랑을 받아오던 산지천은 불과 3년이 지나면서 복원 본래의 의미가 퇴색되어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청계천은 어떤가. 청계천(淸溪川)은 글자 그대로 ‘맑고 푸른 시내’이다. 그러나 청계천도 얼마 전까지는 복개와 고가도로의 구조물에 짓눌려 있으면서 생활하수로 오염된 매캐하고 지저분한 개천이었을 따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깨끗한 물이 흐르면서 수중에는 물고기들이 서식하고, 주위에는 각종 식물들이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있다.
이에 따라 청계천 자체의 환경은 물론이고 대기오염마저도 감소경향을 보이고 있다. 하천 둔치에는 자전거도로와 산책로가 조성되어 피로에 지친 시민들의 여가 ·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복개로 훼손되거나 잃어버렸던 다리와 주변의 유적을 발굴하여 복원함으로써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회복하는 계기도 만들었다. 청계천의 복원으로 도심을 관광자원화 하고 외국기업의 활동여건 완화와 중소기업 중심의 예산지원 강화로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그야말로 지속 가능한 발전과 미래지향적 도시환경을 창출해내고 있는 것이다.
인구의 집중과 교통 번잡, 혼탁한 공기로 대변되던 서울이 청계천 복원으로 종전과는 전혀 다르게 변모하고 있음을 본다. ‘개발위주의 도시’ ‘차량중심의 도시’라는 오명(汚名)에서 ‘사람 중심의 도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도시’로 그 이미지가 크게 바뀌고 있다. 맑은 물만 다시 흐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 친화적 도시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산지천도 달라져야 한다. 거꾸로 우리가 청계천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수백여억 원을 들여 살려놓은 산지천에 시민의 발길조차 뜸하다면 말이 안 된다. 제주시의 가장 큰 자랑거리가 곧 산지천 아닌가. 산지천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존심의 결과물이자, ‘환경 사랑’의 대표적 성과물이다. 관광이나 지역경기에 대한 활성화 방안만 요란하게 하지 말고, 실질적 ㆍ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지역의 자산이나 자원을 ‘향토자원’이라고 부른다. 산지천은 역사성과 전통성을 지닌 제주시의 향토자원이다. 우리는 이 향토자원의 고유성과 특수성을 살려, 얼마든지 차별성 있는 ‘경제 상품’ ‘관광 상품’으로 내놓을 수 있다. 지역발전의 동력으로 향토자원의 잠재력을 잘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온갖 난관을 해결하며 모처럼 성사시킨 산지천을 그냥 놔둘 수는 없다.
초심으로 돌아가 산지천을 아끼고 보호하며 그 가치와 이미지를 높여야 한다. 그 책무가 우리들에게 있다.

이   용   길 (제주산업정보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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