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놀게 하려면 일상 속 탐색 영역부터 늘려라”
“잘 놀게 하려면 일상 속 탐색 영역부터 늘려라”
  • 문정임 기자
  • 승인 2018.0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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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확대되는 아동놀권리
2018 놀이정책 국제포럼<중>
▲ 영국의 놀이 컨설턴트 팀 길이 지난 4일 동덕여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2018 놀이정책 국제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문정임 기자

놀이 컨설턴트 팀 길,
“놀이터에만 집중보다 일상 속 자유 늘리는 작업 중요
학교-학원-집 오가는 도시 전체가 탐색의 장이 될 수도
아이들 살기 좋은 도시는 모두 위한 도시로 매력도 상승”

지난 4일 동덕여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2018 놀이정책 국제포럼’에서 팀 길(Tim Gil, 영국) 놀이 컨설턴트는 ‘한국 어린이들을 위한 놀 권리 바로 세우기’ 주제 발표에서 “아이들은 감금된 채 길러지고 있다”며 “아동친화도시가 필요한 이유는 아이들이 스스로 탐색하는 도시의 영역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여기서 의미하는 ‘아동친화도시’는 유니세프가 심사로 지정하는 특정 도시의 지위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친화적인 광의의 도시공간을 의미한다.

팀 길은 자신이 조사한 한 지역에 대대로 살았던 어느 가족의 세대별 아동기 활동 영역을 분석한 자료를 제시하면서 “증조할아버지는 8세 때 해당 지역의 반경 10km를 활보했지만, 엄마, 자녀, 손자의 아동기로 갈수록 직접 걸어서 탐색하는 영역이 급격히 좁아졌다”며 “이것은 현재 어린이들의 자유가 과거 어린이들에 비해 축소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유년기의 놀이와 모험의 축소는 아동기의 본질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요소”라면서 “오늘의 우리는 어린이가 자유를 맛보고 책임감을 기르면서 성장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오랫동안 ‘어떻게 현대 도시 안에서 어린이가 원하는 공간을 제공해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리고 얻은 결론은 ‘놀이에 대해 연연하기보다 어린이들이 일상 속에서 자유를 느낄 수 있는 활동을 장려하는 것’과 ‘개별 놀이터에만 집중하기보다 어린이가 자유롭게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동네(도시) 기반 시설을 구축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아이들이 살고 있는 도시 자체를 아이 친화적인 도시로 바꾼다면 어린이들이 일상에서 자유를 추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아이친화도시’에는 걷기에 좋거나 자전거를 이용하기에 편리한 상태가 포함된다. 그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로테르담은 어린이가 더 많은 자유를 보장받도록 산책로를 다듬고 차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도로를 재설계했다. 평평하고 텅 비어있던 로테르담 학교 운동장은 풍성한 꽃과 나무, 다양한 놀이감으로 가득 찼다. 그 전까지 차량 통행이 많아 최악의 도시 중 하나로 꼽혔던 로테르담은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했다.

팀 길은 “로테르담은 아이들이 일상 속에서 느끼는 자유의 가치에 주목해 지역을 연결하는 구간에 어린이들의 자유를 실현할 기반시설(녹지, 자유로운 이동, 만남의 공간 등)을 마련하는데 주력했다”고 전했다.

그는 “어린이들을 위한 도시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도시가 된다”며 ‘어린이는 도시를 측정하는 척도’라는 콜롬비아 보고타 시장(엔리크 페나로사)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노르웨이의 오슬로 시청은 스마트 폰 앱을 통해 아이들로부터 직접 등굣길 문제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수천 건의 피드백이 돌아왔고, 오슬로 시청은 이를 통해 직접 사용자인 아이들의 생생한 의견을 토대로 도로 개설이나 나무 정리 등 거리 개선을 위한 사업을 추진했다.

이외 캐나다 벤쿠버 북부지방과 독일 프라이부르크, 벨기에의 겐트 시 등은 자동차 보다 사람을 우선으로 하는 정책을 통해 유쾌하고 아동친화적인 도시를 만들었다.

팀 길은 “어린이들에게 특정한 놀이공간과 놀이시간을 개방하기보다, 아이들이 학교와 학원, 집을 오가는 일상 속에서 거주 공간의 곳곳을 탐색하며 자유를 느낄 수 있도록 도시를 재편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를 어른들의 시각으로 바꾸기보다 아이들을 배려하는 장치들을 늘려나갈 때, 모두에게 살기 좋은 도시로서 명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시민들은 정치인에게 어린이의 놀이에 대해 더 관심을 갖도록 요구해야 한다”고도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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