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령의 희생자들 무대 올라 자신의 아픈 기억 차분히 풀어내
70년 전 4·3의 아픔을 온 몸으로 겪은 생존 희생자들을 위로하기 위한 의미 있는 행사가 마련돼 관심을 모았다.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양조훈)은 지난달 28일부터 1박2일 동안 4·3생존희생자와 가족들이 함께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생존희생자와 가족 4·3기행’은 생존희생자들을 위로하는 행사로서는 처음 진행된 것으로 4‧3생존희생자 37명과 가족 40여명이 참가했다. 고령의 생존희생자들의 이동 편의를 위해 4‧3희생자유족청년회(회장 김창범) 회원들이 함께 했다.
딸과 외손녀 등 3대가 참가한 고영순 씨(74세, 제주시 애월읍) 가족이 눈길을 끌었으며, 후유장애인으로 살아온 오태순 씨(84세, 서귀포시 안덕면)는 아내와 딸 4명까지 총 6명의 가족이 참가해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행사 첫날, 참가자들은 한림읍에 소재한 ‘더마파크’에서 마상 공연을 관람한 후 4·3유적지 백조일손지지를 둘러봤다. 이어 숙소에서 위로 공연과 참가자 간담회가 진행됐다.
부축을 받아 무대 위에 올라선 정순희 씨(83세, 서귀포시 강정동)는“12살에 오빠를 찾으러 경찰서에 갔다가 모진 고문을 받았고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다”면서 “오늘 마음 속에 담아둔 이야기를 꺼낼 수 있어 무엇보다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행사와 관련, 양조훈 이사장은 “4·3생존희생자들이 스스로 이야기를 꺼내는 소중한 자리였다.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수록 우리는 4·3의 진실에 더욱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4·3생존희생자들을 위로하는 자리를 활성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