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탈불 인사의 글을 읽으며
어느 탈불 인사의 글을 읽으며
  • 제주타임스
  • 승인 2005.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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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북한 정권에 깊숙이 관여했던 어느 탈북 인사의 다음과 같은 글들을 읽었다.
김정일은 유명한 작가인 이기영의 맏며느리인 영화배우 성혜림을 데려다 살면서 김정남까지 낳게 하였으나 소문이 퍼지는 것이 두려워  모스크바로 보내어 살게 하였다. 그러자 러시아에 있는 북한 유학생들 속에서 소문이 퍼지게 되었다. 그는 뒷소리를 하는 자들을 엄벌하도록 인민군대 보위사령관에게 지시하였다. 보위사령관은 모스크바에 있는 유학생들을 심문해 보고 성혜림이 모스크바에 살고 있다고 대답한 학생은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모두 처형하였다. 

입을 다물고 사는 사람은 있지만 귀를 막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그 가엾은 학생들은 세상에 없는 생활방식인 귀를 막고 살아가는 방법을 개발하지 못했기에 당한 것이다.
그 탈북 인사들은 북한 고위직에 있을 때인  1995년, 미국에 있는 한 교포로부터 북한에 남아 있는 노모와 동생들을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받고 조사를 했다. 그는 북한에서 아무런 범죄도 짓지 않았고  월남하였으며 미국에 건너가서는 안창호 선생의 애국사상을 선전하면서 사업을 하는 훌륭한 기업가였다. 그들은 김정일에게 보고를 올려 그 재미 교포를 초청하기로 하였다. 그 탈북인사들은 당권을 이용하여 보위부 일꾼을 파견하여 지방에 있는 그의 노모와 동생의 부인을 평양에 데려다 일주일간 함께 생활할 수 있게 해주었다. 재미 교포는 자기의 두 동생을 만나게 해달라고  간청하였다. 그러나 당시는 그의 동생이 어떻게 되었는가를  말해줄 처지가 못 되었다. 그래서 “그것은 잘 모르겠는데 하여간 지나간 일을 생각하지 말고 미래를 위하여 서로 협조해 나가자”고 말해 주었다. 

그 후 그는 미국으로 돌아가 자기 동생의 소식을 알기 전에는 그들과 협조할 수 없다고 알려왔다. 그러다가 그 인사들이 탈북하여  남한으로 와서(1998년) 서울에서 그 재미교포를 만나게 되었다. 그는 그들에게 다시금 자기 동생 소식을 알려달라고 요청하였다. 그의 두 동생은 보위부 요원들에 의하여 희생되었다. 그의 두 동생이 사는 곳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나 범인을 빨리 잡으라는 지시가 위로부터 내려왔다. 법인을 빨리 잡지 못하면 그 리(里)에 주재하고 있는 보위부 요원이 책임지게 되기 때문에 그들은 평소에 월남자가족이라 하여 경계하고 있던 재미교포의 맏동생을 범인이라고 하면서 체포하여 처형하였다. 그런데 얼마 후에 진짜 범인이 체포되었다. 이렇게 되자 둘째 동생은 자기 형이 억울하게 희생되었다고 불평하였다. 그러나 그 리(里) 당비서의 보위지도원은 자기들의 비행이 폭로될까 겁이 나서 둘째 동생을 불순분자로 몰아 체포하여 영영 나올 수 없는 통제구역으로 보내었다. 이렇게 일단 처리된 문제는 직접 국가 안전 보위부를 담당한 중앙당 비서라고 해도 바로 잡을 수 없는 문제가 된다. 

오죽 그 통제가 심했으면,  훗날의 일이 무서웠으면, 일주일간 같이 머물면서도 그 노모는,그 부인은, 자기 아들들의, 자기 남편의, 생사에 관한 말을 할 수가 없었을까. 민주국가 같으면 범인으로 잘못알고 죽였으면 후에 사죄하고 명예를 회복시켜줄  것인데 그 동생까지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버리다니. 
그 탈북인사가 직접 지도하는 주체 과학원의 경제학연구소 소장이었던 홍승훈 박사는 김일성이 죽었을 때 울지 않고 자기가 타고 다니는 자전거를 수리하고 있었다. 그 이유로 하여  그 박사는 파면되었다. 그는 그것이 계기가 되어 얼마 후에 병들어 죽었다.  당 조직에서는 누가 더 슬피 우는가를 조사하여 그것을 간부의 충실성 평가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우는 것까지도 감시하고 명령받는 사회에서 우리 민족의 한 쪽은 살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출신의,  레닝그라드 대학의 란코프 교수는 북한 생활 체험기 속에서 “북한에 존재하는 체제는 지금까지 유렵역사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전체주의 체제를 훨씬 능가하는 혹독한 체제다.”라고 쓰고 있다. 우리 대한민국이 지금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는 5000년 우리 역사상 최고의 선물 중의 하나다.

허   계   구 (상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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