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그린치 신부 善終… ‘제주의 큰 별’ 지다
맥그린치 신부 善終… ‘제주의 큰 별’ 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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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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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눈의 돼지 신부’로 불리던 패트릭 제임스 맥그린치(한국명 임피제) 신부가 23일 선종(善終)했다. 맥그린치 신부는 지난 9일 심근경색과 신부전증 등이 악화되어 제주시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오다 이날 오후 6시 27분 향년 90세로 눈을 감았다.

1928년 아일랜드에서 태어난 맥그린치 신부는 1951년 사제서품을 받고 1954년 성골롬반 외방선교회 소속 선교사로 제주땅을 밟았다. 한림공소에 부임하며 제주와의 인연을 시작할 때 그의 나이는 27세였다.

당시 제주는 4·3 사건과 한국전쟁을 겪으며 깊은 상처만 껴안은 ‘절망의 땅’이었다. 벽안(碧眼)의 신부는 가난보다 더한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우선 도민들을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도입한 목축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가 갖고 온 새끼를 품은 돼지 한 마리는, 오늘에 이르러 해마다 3만 마리의 돼지를 생산하는 제주양돈산업의 시발점이 된다. 1961년엔 농촌자립사업으로 농민 주보성인의 이름을 딴 성이시돌 목장을 설립해 제주 목축업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다.

가난한 이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제주 최초의 신용협동조합을 만든 것도 맥그린치 신부였다. 이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금은 병원과 양로원, 유치원 등 사회복지시설을 설립하고 운영하는데 사용했다. 1970년 개원한 성이시돌 복지의원은 현재 호스피스로 무료로 운영되며 오갈 곳 없는 어르신과 말기 암 환자의 안식처가 되고 있다. 제주를 너무나 사랑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같은 공로로 국제적인 막사이사이상(1975년)을 비롯해 적십자 봉사상 금상(1990)과 아일랜드 대통령상(2014), 국민훈장 모란장(2015) 등을 두루 받았다. 2017년에는 제주매일이 제정한 ‘자랑스러운 제주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맥그린치 신부는 살아생전에 늘 “제주다움을 잃지 말라”고 당부했다. 제주의 자연을 파괴하는 난개발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며 지금보다 몇 박자 느린 ‘슬로우 관광’을 강조하기도 했다. 사제서품 60주년을 맞은 회경축 때엔 “나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라고 밝혔다. ‘이웃을 제 몸 같이 사랑하라’는 주어진 의무를 실천했을 뿐이라는 말이었다.

한편 천주교 제주교구는 한림성당에 고인의 빈소를 마련하고, 27일(금) 오전 10시 금악리 삼위일체 대성당에서 장례미사를 거행한다. 삼가 맥그린치 신부님의 영원한 안식과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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