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자립도 30% 지자체에 전가 정부 '복지정책' 전반 의구심 증폭
재정 자립도 30% 지자체에 전가 정부 '복지정책' 전반 의구심 증폭
  • 고창일 기자
  • 승인 2005.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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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강조하는 '복지정책'의 개념에 대해 의구심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 '가정형편이 곤란한 학생들의 중식지원을 지방에서 알아서 하라'며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지난 9월 8일자로 '2006년 아동급식예산요구 협조요청'이라는 이름으로 보낸 공문내용을 보면 거의 '몽니' 수준이다.
보건복지부는 '2004년 겨울방학부터 급식지원대상을 대폭 확대. 실시하고 있다'며 '2005년도에는 지방재정의 어려움을 감안 복권기금 등에서 일부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보건복지부는 2006년도 아동급식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자체별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그 이유로 '2006년도는 북권기금이 지원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우리도 복권기금을 못 받아 예산이 없으니까 알아서 해라'는 뜻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1인당 급식단가 등을 명시하는 친절함을 잊지 않았다.
도교육청의 홀로 서기는 이미 올해 초부터 시작됐다.
저소득층 자녀에 대해 학기중 중식비의 절반정도를 지원해 오던 교육부가 지난해 말을 끝으로 지원을 철회해 버린 까닭이다.

이에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제주도와 도교육청.
관련 예산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제주도는 그리 당혹해 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워낙 예산이 빠듯한 탓에 각급 학교의 운영 및 환경개선 등을 학부모들이 모아주는 '학교발전기금'에 아직도 기대야 하는 도교육청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인 셈이다.
도민들은 이에 대해 "국가 복지정책은 수혜 폭과 정도를 늘려 나가는 것이 정상"이라고 전제 한 후 "살림살이가 나은 지자체의 경우는 모르지만 재정자립도가 30%를 겨우 웃도는 제주도의 실정과 예산 대부분을 급료로 편성해야 하는 교육청에 떠맡기는 처사가 못 마땅하다"면서 "국가 복지정책이 헤매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고 있다.

▲울상 짓는 도교육청.

중식비를 못 내는 아동들이 늘어나는 데다 당장 내년부터 제주도는 '급식단가'가 지금보다 비싼 '친환경 급식'을 부분적으로 실시한다.
'친환경 급식'에 대한 당위성은 두 말할 필요가 없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경제가 살아날 조짐이 없어 특히 저소득 가정의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지원이 늘어도 시원찮은 판에 거꾸로 줄었다.
올해 도교육청이 파악한 교육청별 학기중 급식지원대상은 국민기초생활자 자녀와 저소득가정. 기타 등을 합쳐 제주시 2076명을 비롯해 서귀포시 1551명, 북군 911명, 본청 1586명 등 6124명이다.

여기에 독지가들이 지원하는 제주시 305명, 서귀포시 266명, 북군 109명, 본청 119명 등 811명이 빠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만만치 않은 규모로 분석된다.
예산 확보 내용을 보면 2002년의 경우 인원수 4297명에 대한 전체 11억여원 중 교육부가 6억6000여만원을, 2003년은 5363명 13억8400여만원에서 교육부가 8억5500여만원을, 지난해는 6420명을 대상으로 14억3900여만원 중 교육부가 7억5400여만원을 줬다.

하지만 올해부터 교육부는 뚜렷한 이유 없이 예산지원을 중단해 버린 형편이다.
도교육감 공약사항으로 일반학교 특수교육대상자 중식지원 예산 1억200만원 포함 올해 도교육청은 16억1400여만원의 예산을 혼자 처리했다.
내년은 부담이 더욱 늘었다.
저소득층 자녀의 학기중 중식지원 18억7700만원, 특수교육대상 1억1300만원, 토 .공휴일 중식지원 6억8300만원 등 26억7300만원이라는 계산서를 받아 든 도교육청은 '혹시나'하는 마음에 일단 절반을 내년 예산으로 편성했다.
하지만 정부 방침으로 '지원중단'이 확실해지자 도교육청은 "내년 1차 추경에서 나머지를 마련하겠다"면서 울상을 지었다.

▲지자체도 부담은 마찬가지.

지방비 부담을 책임져야 하는 제주도 역시 도교육청의 처지를 남의 일로 여길 수만은 없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교육자치를 외치는 마당에 관련 예산 마련에 '모른 체'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행자부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경우' 제주도는 방학중 90일동안 이들 저소득가정의 자녀 등에 대한 식사를 전액 지방비에서 충당해야 한다.
제주도가 대상자로 산출한 인원수는 4796명.
내년 소요예산은 3억2373만원으로 집계됐다.
올해까지는 이 중 25%를 도가 처리하고 25%를 시. 군에서 각출하면 됐지만 내년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늘어난 부담에 발만 동동 구르던 제주도 관계자는 "정부가 맡아 온 부분에 대해 행자부가 분권교부세를 통해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일단 제주도 부담은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됐다"고 한숨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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