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시내 모 학교서 어제 31명 복통·설사·구토…14명 결석
즉시보고 지침 어겨 ‘쉬쉬’하다 취재 들어가자 뒤늦게 알려
19일 새벽, 제주시내 한 초등학교 학생 수십 명이 복통과 설사, 구토 증상을 보였다.
이 중 일부 학생은 병원을 찾고 일부는 결석을 하면서 해당 학교는 이날 오전에 상황을 인지했는데, 웬일인지 학교는 ‘즉시 보고’ 지침을 어기고 오후에서야 교육당국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해당학교 관계자는 교육당국 보고 직전인 오후 1시 10분께 본 지와 나눈 통화에서 “식중독 증상으로 판단되지 않아 교육청에 보고하지 않고 좀 더 지켜보기로 결정했다”고 말해 축소처리 논란이 예상된다.
19일 오후 4시30분 제주시교육지원청이 긴급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제주시교육지원청은 이날 오후 1시30분경 해당 학교로부터 환자 발생 현황을 보고 받았다.
이후 제주시지원청 등 관계자가 학교를 방문해 실태를 파악한 결과, 약 31명의 학생이 설사와 구토 증세 등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식중독이 의심되는 학생은 1학년 1명, 2학년 3명, 3학년 14명, 4학년 8명, 5학년 1명, 6학년 4명이며, 이날 14명이 결석했다.
제주도교육청의 ‘학교급식 식중독 대응조치 매뉴얼’에 따르면 일선 학교에서 동일 증세의 식중독 의심환자가 2명 이상 발생할 경우 ‘해당 학교는 인지 즉시 관할 교육청에 보고해야 한다.
이번 상황의 경우 13명이 병원 치료를 받고, 14일 결석하는 등 30명 이상이 비슷한 증상을 나타냈지만 해당 학교는 식중독이 아닌 것으로 자체 판단함으로써 부실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교육당국에 따르면 식중독 대응 지침에서 유선으로 ‘즉시 보고’토록 규정한 것은 현장으로 전문가를 급파해 발생 원인을 신속히 파악하기 위해서다.
해당 학교 관계자는 이날 교육청 보고 전 본지와 가진 통화에서 “오늘 오전 학급별로 의심 증상을 보이는 아동과 결석 아동을 수합해 40여명 정도로 파악은 했지만, 식중독보다는 큰 일교차로 인한 바이러스성(질환)으로 판단해 일단은 교육청에 보고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해당 학교가 교육청 보고 절차를 밟긴 했지만, 당초 내부 처리로 가닥을 잡았다가 본 지 등 언론이 교육당국 취재에 들어간 뒤 태도를 바꾸면서, 사안을 축소 처리하려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교육당국 관계자는 “학생들의 증상을 학교가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관할 교육청 보고가 먼저”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