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도(入島) 20년을 바라보는 '까치'가 올 겨울 호된 신고식을 치르게 됐다.
제주도는 다음달 12일부터 내년 2월말까지 도내 야생동물의 적정 서식밀도 유지와 수렵관광객 유치를 통한 제주도 관광산업활성화를 위해 고정수렵장 개장 계획을 알리면서 올해 처음 까치를 포획동물로 분류했다.
수렵인 1명이 이 기간동안 잡을 수 있는 수량은 수꿩. 까마귀류. 오리류 등은 3마리, 멧비둘기는 1마리 등으로 제한을 둔 반면 참새와 까치는 무제한이다.
이러한 방침에 쌍수를 들어 환영할 도민은 한전과 단감 재배 농가 등 '까치'의 주요 표적들로 보인다.
한전의 경우 '까치 대비 기동타격대'를 운영할 만큼 까치에 대해 민감하다.
까치는 고압선로의 틈새에 서식하는 벌레를 잡아먹기 위해 쪼아대면서 피복을 벗겨 합선사고를 불러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되는 실정이다.
또한 인가 근처에 살림을 차리는 습성 탓에 둥지를 만들면서 사용한 철사 줄 등이 전선을 연결시켜 잦은 사고를 일으키는 악동으로 지목된다.
한전 관계자는 "제주도에 까치를 들인 사람들에게 손해배상이라도 청구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손님을 반기는 길조(吉鳥)'로 전래 동화나 민담 등에 소개되는 까치가 제주도에 둥지를 튼 것은 지난 1980년대 말.
당초 제주 환경에 대한 적응여부가 우려됐으나 왕성한 번식력과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면서 어느 새 제주도의 텃새 행세를 하고 있다.
일부 사이버상에 까치를 클릭하면 '우리나라 텃새로 제주도와 울릉도에 서식하지 않음'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제주도에 발을 디딘 후 미움을 받는 까치가 올 겨울 신고식을 어떻게 치를 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피해 당사자들은 '엽사들의 총 솜씨'에 한껏 기대를 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