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한지 위의 균형과 역동
하얀 한지 위의 균형과 역동
  • 문정임 기자
  • 승인 2018.0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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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 한국학자 베르너 사세
14일부터 갤러리노리서
수묵화 30점 전시

그림 그리기는 해방이다. 첫 획을 긋고 두 번째, 세 번째 획을 그리면서 화가와 그림 사이에는 일종의 대화가 시작된다. 이제 주인공은 붓과 흰 종이, 검은 선들이다. 화가는 다만 대답하는 자. 검은 선들은 어느 새 추상이 된다. 

독일에서 한국학 연구를 개척한 1세대 독일인 한국학자 베르너 사세(Werner Sasse, 77)가 오는 14일부터 29일까지 갤러리 노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심상, 추상’을 주제로 내건 이번 전시에는 한지에 먹으로 그린 추상 수묵화 30점을 가져온다.

베르너 사세는 한국, 또 제주와 특별한 인연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반세기 전 한국을 처음 만났다. 1966년, 당시 개발원조사업차 비료 공장에 기술고문으로 부임한 장인을 따라왔다. 기술고 강사로 일하면서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독일로 돌아가 한국학 연구를 시작했고, 독일인으로서는 처음 한국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0~1990년대에 독일 보흠대학교와 함부르크대학교 등에 한국학과를 개설하며 한국학 연구를 이끌었고, 2006년 함부르크대에서 정년퇴직을 한 후 한국으로 ‘귀향’한다. 

이후 전남대 5.18연구소 객원교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석좌 교수 등을 역임했고, 지난 2010년에는 제주돌문화공원 하늘연못가에서 한국 무용가 홍신자씨와 결혼식을 올려 주목을 받았다. 결혼식 후에는 한동안 제주에서 지내기도 했다.

이러한 인연을 따라 지난 2015년에는 제주돌문화공원에서 제주의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들로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그보다 앞서 2011년에는 갤러리노리에서 ‘풍경-추상’을 주제로 전시를 가졌다.

스무 살 무렵 그리기 시작한 그의 그림은 가벼우면서도 격조가 있고 담백하고 자유롭다.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전생에 한국 사람이었을 지도 모른다’고 말하곤 하는 그. 독일인이 그린 수묵화는 동양적일까, 서양식 추상화에 가까울까. 궁금해진다. 전시 오픈은 오는 14일 오후 3시다. 문의=064-772-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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