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질 상인 횡포에 울상짓는 농심
악질 상인 횡포에 울상짓는 농심
  • 나철균 기자
  • 승인 2018.0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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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향 매입 구두약속 일방 파기 손해 초래
“밭떼기 계약 시 반드시 표준계약서 작성해야”

당국이 포전거래 시 농업인과 유통 상인 간 ‘표준계약서’ 작성을 권고하고 있지만, 계약서 미작성에 따른 갈등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제주시 한경면에서 천혜향 농사를 짓는 김모(62·여)씨는 지난해 12월 감귤 유통을 하는 상인 이모(60·여)씨로부터 천혜향을 kg당 5000원에 매입하겠다는 구두약속을 받고, 제품을 넘겼다.

김씨는 거래에 앞서 이 상인에게 ‘표준계약서’ 작성을 요구했지만, 이씨가 “나를 못 믿지 못하겠느냐”고 설득하는 바람에 계약서 없이 천혜향을 팔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로의 믿음으로 시작된 거래는 얼마 지나지 않아 금전적 손해로 되돌아왔다.

김씨는 상인 이씨에게 지난 1월부터 3월 사이 세 차례에 걸쳐 천혜향을 전달했다. 하지만 상인 이씨는 천혜향의 품질에 관한 이런저런 이유로 kg당 단가를 4500원으로 낮출 것을 요구했고, 품질이 좋지 않아 판매하지 못해 손실이 발생했다며 400만원을 추가로 요구하기도 했다.

김씨는 “상인을 믿고 거래를 했는데,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단가를 내리는 것에 대해 너무 화가 나고 황당해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며 “1년 농사인데 상인 마음대로 이렇게 바가지를 씌워도 되는 것이냐”면서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상인 이씨는 김씨 측과 합의를 통해 가격을 낮췄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씨는 “물건이 너무 많이 썩어서 판매를 할 수 없을 정도여서 kg당 3500원에 판매를 해야 맞는 가격이다”며 “우리도 안 좋은 물건으로 1000만원 이상 손해를 봐서 서로 손해를 보전하자는 취지로 사정해서 400만원을 추가로 요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객관적인 자료가 없어 적절한 보상도 어려운 실정이다. 때문에 이 같은 분쟁을 막기 위해선 반드시 거래 전 ‘표준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전문가는 “이런 허점을 노려 계약을 하는 악질 상인들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포전거래를 할 경우에는 법적 효력이 있는 ‘표준계약서’를 작성해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면서 “김씨의 사연이 안타깝긴 하지만 제도적으로 계약서 없이는 법적 도움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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