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바깥 ‘4·3’을 불러낸 문화예술인
기억 바깥 ‘4·3’을 불러낸 문화예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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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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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제70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에서 그간 문화예술인들의 ‘노고(勞苦)’에 대해 의미 있는 발언을 했다. ‘4·3’을 기억하는 일이 금기(禁忌)였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불온시 되었던 시절, 4·3의 고통을 작품에 새겨 넣어 망각에서 우리를 일깨워준 문화예술인들을 일일이 거명한 것이다.

유신독재의 정점이던 1978년 발표한 소설가 현기영의 ‘순이 삼촌’, 김석범 작가의 ‘까마귀의 죽음’과 ‘화산도’, 이산하 시인의 장편서사시 ‘한라산’, 3년간 50편의 ‘4·3 연작’을 완성했던 강요배 화백의 ‘동백꽃 지다’, 4·3을 다룬 최초의 다큐멘터리 영화 조성봉 감독의 ‘레드헌트’, 오멸 감독의 영화 ‘지슬’, 임흥순 감독의 ‘비념’과 김동만 감독의 ‘다랑쉬굴의 슬픈 노래’, 고(故) 김경률 감독의 ‘끝나지 않는 세월’, 가수 안치환의 노래 ‘잠들지 않는 남도’ 등.

문 대통령은 “때로는 체포와 투옥으로 이어졌던 예술인들의 노력은 4·3이 단지 과거의 불행한 사건이 아니라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임을 알려 주었다”며 “드디어 우리는 4·3의 진실을 기억하고 드러내는 일이 민주주의와 평화, 인권의 길을 열어가는 과정임을 알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화산도’의 작가 김석범(93세)) 선생이 4일 제주북초등학교를 찾아 특별강연을 했다. 그는 일본에서 살다가 열서너 살이 되던 어느 해 제주에 왔다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그의 고향은 바다의 짠내가 나는 실체하는 그 무엇이었던 것. 희미하던 조국(祖國)이 그의 앞에 선명하게 나타났다. 일본에서 일본어를 배우는 것은 우리가 원치 않게 나라를 빼앗겨서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나는 일본 사람이 아니다. 조국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작가 김석범의 출발이었다.

당시 허무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쓴 것이 제주4·3을 소재로 한 첫 소설 ‘까마귀의 죽음’이었다고 회상했다. 김석범 선생은 4·3에 대한 정치적 입장도 풀어냈다. 그가 생각하는 ‘4·3의 완전한 해결’은 보상과 더불어 원인 제공자들의 공식적인 사과라고 말했다. 사과의 주체는 ‘이승만 정부와 미군정, 그리고 일본 앞잡이들’이라고 밝혔다.

그는 “단독정부를 세우고 싶었던 이승만 정부가 제주를 ‘빨갱이 섬’으로 몰아 학살을 자행했고, 미군정이 이를 이용한 것이 제주4·3”이라면서 “이 문제를 제대로 짚어내는 것이 ‘4·3의 정명(正名)이자 4·3의 해방’이고, 여러분들이 말하는 4·3의 완전한 해결”이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김석범 선생은 어린 학생들에게도 이렇게 당부했다. “현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 자신이 서 있는 환경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되, 나쁜 현실을 돌파할 수 있는 상상력을 발휘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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