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70년 추념식 성황리 거행
대통령 참석 ‘완전한 해결’ 약속까지
중앙언론 집중 보도 ‘달라진’ 모습
대통령 바뀐 뒤 일어나는 많은 변화
도백 뽑는 지방선거 큰 의미
‘정치는 미래’ 후보의 미래까지 보자
성황이었다. 70년 한(恨) 때문에 구천을 떠돌던 영혼들도 미소를 보였으리라. 대한민국 대통령이 12년만에 참석했다. 여야 지도부는 물론 국회의원 50여명 등 우리나라 주요 정치인들도 대거 왔다. 상당수의 타시도 교육감들도 자리를 같이했다.
제70주년 4·3희생자추념식 현장이다. 내실도 알찼다. 그 중심은 역시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추념식에서 ‘4·3의 완전한 해결’을 약속했다. 그는 대통령으로서 공권력에 의한 폭력에 사과한 뒤 “4·3의 완전한 해결이야말로 제주도민과 국민 모두가 바라는 화해와 통합, 평화와 인권의 확고한 밑받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곤 “아! 잠들지 않는 남도 한라산이여~”가 울려퍼졌다. ‘잠들지 않는 남도’는 사실상의 4·3추념식장의 금지곡이었다. 4·3을 소재로 만든 노래여서 4·3희생자유족회는 물론 도민들도 매년 추념식에서 부를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었다. 하지만 행사를 주관하는 중앙 정부는 끝내 외면했었다. 그런데 올해는 그 노래가 대통령도 참석한 자리에서 4·3희생자유족들로 구성된 평화합창단의 목소리에 실려 4월의 제주 하늘로 퍼져나갔다.
추념식 현장만이 아니다. 중앙방송도 신문도 4·3 보도에 적극적이었다. 스트레이트 기사뿐만 아니라 해설기사와 현장 스케치 등 극성이다 싶을 정도였다. 인터넷 포털도 대동소이하다. 화면 한 가운데 4·3희생자 추모를 상징하는 ‘동백꽃’ 그림이 배치되고 관련 기사들도 줄을 이었다. ‘4·3’이 포털 검색 1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물론 반갑고 고마운 일들이다. 하지만 “이제야?”하는 ‘썩소’도 떨칠 수 없다. ‘이명박근혜’ 9년 동안 보수정권의 눈치를 보며 알아서 기다시피 했던 매체들이 적지 않았다.
세상이 달라진 덕분이다. 그저 한사람이 바뀌었을 뿐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문재인으로 바뀐 뒤 일어나는 변화들이다.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불가능하게 만들었던 일들이 가능해지고 있는 것이다. 비정상의 정상화에서 정상의 정상화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세월호 문제만 해도 그렇다. 그토록 감추려했던 ‘박근혜의 사라진 7시간’의 비밀도 풀렸다. 비서관이 침실 앞에서 수차례 불러야 빼꼼하게 얼굴을 내밀었다가 아이들이 죽어가던 그 귀중한 시간을 허비한 뒤 “중대본에 가십시오”라는 최순실의 ‘지시’를 받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했다고 한다.
남·북 문제도 마찬가지다.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일 수도 있다. 너무 전격적이고 파격적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변신이어서 ‘불안한' 구석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일단 모양이 좋다.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인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 일행이 2월10일 청와대 방문을 시작으로 훈풍의 조짐이 일었다. 이어 3월5·6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단이 답방, 남북정상회담 4월말 판문점 개최 합의 등을 이뤄내면서 남북관계의 삭풍이 훈풍으로 바뀌었다.
훈풍은 계속되고 있다. 5월 북·미정상회담 합의, 김정은위원장의 전격적인 중국 방문(3월25~28일)과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 우리 공연단의 ‘봄이 온다’ 성공적인 평양공연 등 일단 ‘평화로’는 일사천리 양상이다.
한 사람이 이렇게 중요하다. 미국도, 앞선 우리 정부처럼 잘못된 한 사람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 장본인은 바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천방지축에 독불장군이 따로 없다. 한미FTA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중단 위협,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등 충동적인 결정들을 쏟아내며 지구촌 민폐의 아이콘으로 확실히 자리매김 했다.
그래서 오는 6월 13일 치러질 지방선거의 의미가 크다. ‘한 사람’을 잘 뽑아야 한다. 물론 제주도의회를 구성하는 도의원들의 면면도 중요하지만 제주도의 정책의 최종 결정권자인 도지사와는 역할과 책임의 무게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람을 보자. 도지사 후보자의 과거와 오늘 뿐만 아니라 정책과 비전 등 내일까지도 반드시 살펴야 한다. 어차피 제주도백으로 선택받은 사람의 역할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로 나아가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