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가운 봄’ 불청객 미세먼지
창문 열 수 없고 외출에는 마스크
대한민국 상황은 더욱 나빠
재난영화가 현실이 될 수도
다른 나라처럼 국가차원 대책 필요
제주 청정위한 행정·도민 노력 기대
날씨가 따뜻해지니 창문을 활짝 열고 싶다. 겨우내 쌓였던 창틀 먼지도 청소하고 봄기운을 집안에 들여놓고 싶다. 하지만 겨울보다 더 꽁꽁 문을 닫게 된다. 미세먼지 때문이다.
SNS 소통채널도 봄꽃 소식보다 미세먼지 소식이 더 많다. 지나간 겨울은 유난히 추웠고 그래서인지 봄소식을 기다렸건만 봄이 오자마자 ‘외출자제’ 재난문자부터 받는다. 숨을 쉬지 않을 수도 없고 외출 시에는 답답한 마스크가 필수품이 되었다.
미세먼지는 이제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위험’이 되어버렸다.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체내에 쌓여 호흡기 질환을 악화시키고, 각종 암과 조산·치매 등을 유발하는 ‘침묵의 암살자’로 통한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아주 심각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는 한국의 야외 초미세먼지 노출도가 41개국 중 가장 나쁘다고 한다. 한국의 대기오염 조기 사망률이 2060년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100만명 당 1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일반 미세먼지(PM10)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만성폐쇄성폐질환 입원율은 2.7%, 사망률은 1.1% 증가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도 만성폐쇄성폐질환자는 미세먼지가 심한 3월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편의 재난영화가 떠오른다. 검붉은 황사가 갑자기 야구장 하늘을 덮친다. 인류의 식량난을 해결해주던 마지막 농작물 옥수수마저 재배할 수 없는 환경이 되자 농부들은 수확을 포기하고 산채로 옥수수를 불태운다. 미세먼지·황사 등 심각한 환경오염으로 회색구름으로 뒤덮인 하늘에 들녘 곳곳에서 옥수수가 타며 내는 검은 연기가 더해지며 지구는 그야말로 멸망의 길로 접어든다.
심각한 대기오염과 식량난 때문에 지구는 더 이상 사람이 살수 없는 행성이 된다. 위기를 구하고자 NASA가 새로운 행성을 찾아 나선다. 국내에서 1000만 관객을 끌어 모았던 SF영화 ‘인터스텔라’의 내용이다. 본 사람이라면 영화가 인류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는 공포와 전율을 느꼈을 것이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생전에 앞으로 지구는 기후변화·소행성 충돌·인공지능(AI) 반란·변종 바이러스 등 그동안 겪지 못했던 커다란 위험들에 노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제2의 지구를 찾기까지 시간이 100년 정도 남았다며 하늘을 보고 새로운 미래를 위해 도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은 없는 것인가? 사람이 만든 환경오염이 주된 원인인 만큼 분명 해결책은 있을 것이다. 문제는 미세먼지가 어디에서 얼마만큼 발생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배출되는 오염 물질과 국내 미세먼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대한 견해마저 학자마다 상당히 다르다. 근본 원인을 잘 모르니 대응과 대책이 중구난방이다. 학자나 기관들이 개별적으로 분석한 자료만 있을 뿐 종합적인 연구물이 없다.
국가 차원에서 국내·외 발생원인 정밀조사를 실시해야 하며 미세먼지 저감대책 추진을 해야 한다. 낡은 석탄화력발전소는 친환경발전소로 대체해야 하며 경유차 사용을 단계적으로 축소시키고, 건설 및 도로에서 발생하는 비산먼지도 줄여야 한다. 행정 규제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미세먼지는 이제 지구촌 문제로 확산됐고 각 나라에서 미세먼지 줄이기에 나섰다. 스페인 마드리드·프랑스 파리·그리스 아테네·멕시코 멕시코시티는 2025년까지 디젤차 운행 금지를 선언했다고 한다. 또 이탈리아 로마는 2024년부터 디젤차의 도심 진입을 막겠다고 했다.
자동차 대국 독일도 이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고 한다. 대기오염 도시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베이징도 적극적이다. 미세먼지 적색경보가 발령되면 전기자동차를 제외한 모든 차량에 홀짝제를 적용한다. 건축폐기물 운반차량 운행도 금지했다. 도로청소를 늘렸고 폭죽이나 길거리 구이가 금지될 정도다.
제주도만큼은 미세먼지로부터 안전한 지역이 되었으면 좋겠다. 파란 바다가 보고 싶을 때면 언제든지 제주를 찾아 두팔 벌려 마음껏 숨을 쉴 수 있는 지역이었으면 좋겠다. 청정제주를 지키기 위한 행정과 도민들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