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 이렇게 무섭고 슬픈 일인지 몰랐어요. 더 많은 친구들이 4·3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교육현장이 4·3으로 뜨거워지고 있다. 예년 같으면 강연 형식의 일회성 계기교육이 이뤄지고 있을 이 시기가, 4·3 70주년 맞아 깊이 있는 학생 중심 활동으로 다채롭고 의미 있게 채워지고 있다.
다랑쉬오름 등 주변에 4·3유적지가 많은 세화중학교(교장 송시태)는 4·3을 주제로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1학년들은 족보와 집안 제사, 희생자 묘소를 촬영하고 마을 어르신과 4·3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내 가족과 우리 동네, 제주 4·3의 연관성을 짚어가는 주제중심 교과융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3학년들은 ‘순이삼촌’을 읽고(국어), 자율적인 삶의 중요성을 알아보며(도덕), 평화의 가치를 지속하기 위한 노력을 살펴보는(역사, 음악, 미술, 영어) 프로젝트 수업을 3~4월 두 달간 진행하고 있다.
송시태 교장은 “4·3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당시를 경험하고 기억할 수 있는 간접 체험활동이 매우 중요하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제주여고(교장 진순효) 1학년 학생들은 일상에서도 4·3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도록 교내에 4·3분향소를 설치했다. 학생들은 분향소에 직접 만든 4·3자료를 게시하고, 오늘과 내일 양일간 백비(白碑)에 ‘내가 생각하는 4·3의 의미’를 새기는 시간을 갖는다.
대정고(교장 우옥희) 자율동아리 ‘4·3을 기억해’(반장 이종찬) 팀은 지난 1~3월 20분짜리 4·3단편영화 ‘4월의 동백’을 제작했다. 4·3전문가의 자문을 얻어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인근 대정초, 대정중, 대정여고 학생들과 함께 동네 4·3유적지에서 의미 있는 한 컷 한 컷을 촬영했다.
대정고 2학년 2반 학생들은 4·3배지를 만들어 판매 수익금을 유족단체에 기부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한해 학급 특색사업으로 4·3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감자로 끼니를 때우는 4·3음식체험, 4·3식량구하기 대회, 영화 ‘지슬’ 감상 등을 실시해왔다.
4·3당시 스스로가 역사의 현장이었던 제주북초(교장 박희순)는 오는 4일 소설 ‘화산도’의 저자 재일제주인 김석범 선생을 학교로 초대해 특별강연회를 연다.
학교 단위에서는 최대 희생지로 알려진 북촌초(교장 조미영) 5~6학년 학생들은 제주교육박물관을 찾아 평화를 기원하는 동백꽃 머그컵에 그리기 행사에 참여했다. 풍천초(교장 고정희) 전교생은 4·3을 상징하는 동백꽃 문양을 하얀 티셔츠에 스텐실로 찍어 나눠 입었다.
이외에 해안초(교장 임연숙)는 동화작가 박재형씨를 초청해 아이들에게 4·3을 이해하기 쉽게 전달했고, 곽금초(교장 강상임) 학생들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동백꽃 모양의 배지를 만드는 등 도내 곳곳에서 4·3을 기억하기 위한 학생 중심의 교육활동이 분주히 이어지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학생들은 “활동을 통해 4·3을 깊이 있게 알게 됐다”면서 ‘이렇게 슬프고 무서운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