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경제 ‘춘래불사춘’
제주 경제 ‘춘래불사춘’
  • 한경훈 편집 부국장
  • 승인 2018.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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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지표 개선에도 지역경제 내리막
주력산업 관광·건설 등 침체 조짐
경기조정 불가피해도 장기화 막아야

경제주체들 인식 실제 경기에 영향
비관전망 많아지면 그대로 될 수도
우선 도민 불안심리 해소에 주력해야

 

 

경기(景氣)는 돌고 돈다. 한 나라와 지역의 경제는 확장과 수축을 반복하며 변동한다. 일반적인 경기순환은 불황-회복-호황-후퇴 4단계로 진행된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호경기가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사람들은 다만 경기 내리막은 짧게, 오르막은 길게 이어지기를 바란다. 하지만 세상사는 희망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최근 장기적인 경기침체하면 일본이 떠오른다. 일본 경제를 두고 흔히들 ‘잃어버린 20년’이라고 한다. 1975년~1991년까지 일본의 연평균 경제 성장률은 3.6%였다. 1992~2010년까지는 연평균 0.6%에 그쳤다. 수십 년간 저성장 기조가 지속됐다. 그랬던 일본이 장기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와 다시 날아오를 기세다. 지난해 4분기 일본의 경제 성장률은 0.4%를 기록하며 8분기 연속 성장했다. 2017년도(2017년 4월~2018년 3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8%로 전망된다. 제조업 호조 속에 최근 일본 노동시장은 거의 완전고용 수준으로 평가된다. 기업들은 인력을 구하지 못해 난리라고 한다.

취업난 특히 청년 실업이 심각한 우리에게는 부러운 얘기다. 지난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3.1%를 기록했다. 2%대 저성장에서 벗어나 3년 만에 3%대에 진입했다. 하지만 고용상황은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현장에선 올해 최저인금 대폭 인상으로 일자리 여건이 더욱 어렵다고 호소한다. 경제지표와 체감경기가 따로 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국 경제지표 개선과는 반대로 제주경제는 내리막으로 치닫고 있다.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春來不似春)’고 말하는 상공인들이 많다.

제주 경제는 그동안 호시절을 구가했다. 2011년부터 전국 평균을 웃도는 성장세를 보였다. 2015년과 2016년 실질 경제성장률은 각각 6.2%, 6.9%로 2년 연속 전국 최고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2016년 경제성장률은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관광객과 이주민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건설업 및 서비스업 등을 중심으로 지역경제가 활황기를 맞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관광과 건설을 필두로 침체 기미를 보이고 있다. 양적 성장을 거듭하던 제주 관광객이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관광객 수(1475만명)는 전년 대비 6.9% 줄었다. 제주 관광객 감소는 1998년 이후 19년 만에 처음이다.

건설 경기도 침체의 늪에 빠졌다. 제주지역 건설공사 계약액은 2014년 3조1000억원, 2015년 4조3000억원, 2016년 7조원 등으로 증가세를 보이다 지난해에는 4조6000억원으로 급락했다. 올해 들어서도 미분양주택 증가 등으로 인해 건설 불황이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가파르게 늘어난 가계부채는 14조원에 육박하면서 언제 터질지 모를 ‘제주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제주지역 금융기관 가계부채 잔액은 지역내총생산(GRDP) 대비 81.3%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미국발 글로벌 무역전쟁 등 대외환경도 제주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미·중 간 통상 패권 경쟁에서 미국이냐, 중국이냐 선택을 강요받는 처지에 있다. 선택에 따라 중국 단체관광객 방한 중단이 더 장기화할 수 있다. 그러면 제주관광은 더욱 타격을 받게 된다.

이렇듯 제주경제 곳곳에 어두운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다. 자칫 불황의 터널로 들어가 오랫동안 헤매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경기 조정기는 불가피하다고 해도 그것의 장기화는 막아야 한다. 그것은 도정의 역량에 달렸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한 실물경기 회복 대책이 절실하다.

“경제는 심리다”라는 격언이 있다. 경제 주체들의 경기인식이 실제 경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미래를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미래 경제가 그 전망대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도내 주력산업인 관광과 건설의 침체는 도민들의 경기인식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제주도 당국은 우선 도내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 해소에 주력해야 한다. 사람들이 당장 희망을 갖게 할 단기 조치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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